ILO 협동조합 부서장 "사회연대경제 가치에 주목, 실제적 필요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지원할 것"
상태바
ILO 협동조합 부서장 "사회연대경제 가치에 주목, 실제적 필요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지원할 것"
시멜 에심(Simel Esim) 국제노동기구(ILO) 협동조합 부서장 인터뷰
  • 2023.06.30 09:29
  • by 노윤정 기자
▲ 유엔 정기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소개하고 있는 스페인 제2부총리 겸 노동사회경제부장관인 욜란다 디아스(Yolanda Díaz) 부총리. 온라인 화면 갈무리. ⓒUN
▲ 유엔 정기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소개하고 있는 스페인 제2부총리 겸 노동사회경제부장관인 욜란다 디아스(Yolanda Díaz) 부총리. 온라인 화면 갈무리. ⓒUN

지난 4월 국제연합(이하 UN) 제77차 정기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 결의안(이하 UN 결의안)이 채택됐다. UN은 해당 결의안을 통해 사회연대경제가 지속 가능한 사회 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며, 기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권을 증진하는 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촉진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사회변혁을 추동하는 주체로서 사회연대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금융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UN,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위한 첫 번째 결의안 채택 "역사적 순간")

이처럼 사회연대경제 증진에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해당 결의안은 지난해 6월 국제노동기구(이하 ILO)가 채택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결의안'(Resolution concerning decent work and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이하 ILO 결의안)을 초석으로 삼는다. ILO 결의안은 사회연대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양질의 일자리, 환경 문제 해결 등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엇보다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제시한다. 사회연대경제를 명확히 설명할 말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ILO 결의안에 명시된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는 UN 결의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ILO는 설립 초창기부터 협동조합 관련 부서를 만들고 협동조합 방식에 주목해 왔다. 설립 이듬해인 1920년 협동조합 관련 부서를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ILO가 추구하는 사회 정의를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제 협동조합 운동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헌장에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ILO 협동조합 부서의 시멜 에심(Simel Esim) 부서장은 "협력, 연대, 다자주의라는 협동조합의 가치는 일의 세계에서 보다 공정한 사회 계약의 하나로 작동하고, 이것은 ILO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UN 산하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ILO의 지향점과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부분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ILO 결의안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국제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ILO 협동조합 부서의 지향과 결의안 채택에 따르는 후속 계획, 한국에서의 파트너십 구축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협동조합 부서를 이끌고 있는 시멜 에심 부서장을 만났다.

 

▲ 시멜 에심 ILO 협동조합 부서장. ⓒ라이프인
▲ 시멜 에심 ILO 협동조합 부서장. ⓒ라이프인

국제사회에서 사회연대경제에 주목하는 현상은 존재해 왔지만,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이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부터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제 공동행동'을 추진하고, 유럽집행위원에서는 2021년 '유럽 사회적경제 실행계획'을 채택했다. ILO 역시 협동조합뿐 아니라 사회연대경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연대경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수십 년간 존재해 왔던 개념이다. 그런데 자연재해나 팬데믹(Pandemic) 등 여러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더욱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서비스가 (특히 취약계층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일반 기업은 사회 경제적 격차 완화, 환경적 지속 가능성 추구,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의 활동이 큰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곧 아프리카 연합(AU)도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다. 바로 '10개년 사회연대경제 전략'으로, 내년에 채택될 예정이다.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정의를 채택한 것은 사회연대경제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적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굉장히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ILO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은 올해 UN 총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ILO 결의안의 의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ILO의 사회연대경제 정의가 중요할까? 사회연대경제가 가지는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특정 대상, 특정 조직 형태가 사회연대경제라고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체나 조직이 이런 가치와 원칙을 지킨다면 사회연대경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의안에 나와 있지 않은 용어로 불리는 유형의 조직도 있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조직의 지향이 사회연대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에 부합한다면 그 조직도 사회연대경제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치와 원칙이다.

현재 11개 국가를 대상으로 사회연대경제에 관련한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6개 국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마무리됐고 5개 국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서 하는 일 중 하나가 ILO의 사회연대경제 정의가 해당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와 어떻게 매칭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정의를 경전처럼 믿고 이것만을 정답으로 여기라는 뜻은 아니다. 이 정의를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사회연대경제 관련 정책이나 자료를 만들 때 활용하고, 이후에 정의에서 언급하는 가치와 원칙들이 각 국가 생태계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사회연대경제의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연대경제의 기여도를 측정하여 인정하고 널리 알릴 필요가 커졌다. 또한 ILO 결의안을 보면 회원국에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결의안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서 어떤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7개년 전략 및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전략 및 실행 계획 중 한 분야가 정책 지침이다. 이미 많은 정책 지침이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다시 정책 지침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것들이 너무 학술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더 실제적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일이다. 실질적으로 정부와 입법 기관들이 정책을 만들 때 어떤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하나하나 단계별로 알려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자 한다.

▲ 최동일 기획재정부 과장이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ILO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모습. ⓒ라이프인
▲ 최동일 기획재정부 과장이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ILO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모습. ⓒ라이프인

ILO가 추진 중인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 시범사업은 가장 광범위하게 발달한 사회연대경제 형태인 협동조합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사업으로 알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는데, 한국이 대상국에 포함된 이유를 설명해 달라.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 시범 사업은 한국, 튀르키예, 탄자니아,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 5개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1년부터 2년여간 연구를 수행했으며, 최종 결과를 6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ILO 협동조합 통계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다(해당 콘퍼런스는 6월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와 연계하여 진행한다. -편집자 주-).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국제노동통계회의(ICLS)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협동조합 통계에 관한 섹션과 사회연대경제 통계에 관한 섹션을 마련하여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5년 후 열리는 회의에서는(ICLS는 5년 주기로 열린다. -편집자 주-) 가이드라인을 매뉴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진행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연대경제 관련 통계 가이드라인도 마련하려고 한다. 5년 후 ICLS에서 사회연대경제 통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질문에는 ILO에 파견된 최동일 기획재정부 과장이 답변했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의 모습은 제도적인 지원 하에 빠른 속도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한국의 사회연대경제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한국의 사례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지역사회 기반의 경제를 일궈냈는지가 나에게 굉장히 영감을 준다. 또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한국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에 더 많은 혁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연대경제의 빠른 발전은 강력한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회연대경제를 발전시켜 간 경로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개발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모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적 성장 모델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항상 협동조합 손을 잡고 아이 다루듯이 한 발짝 한 발짝 같이 가줄 수 없다. 결국 협동조합은 자율과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연대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책(Policy), 금융(Finance), 역량 강화(Capacity building)를 사회연대경제 발전을 이끄는 3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을 통해서 사회연대경제가 자립하고, 금융 접근성을 확보하고, 역량을 개발하면서 스스로 진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ILO가 정부의 역할이라고 이해하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연대경제는 정부의 역할, 정부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화나 출생률 저하와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사회적 돌봄에 관련한 정책들, 즉 복지의 영역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로서 장애인 아동에 대한 돌봄의 책임은 온전히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에도 돌봄의 책임이 있다. 이런 영역에서 사회연대경제의 창의성이 적극적으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사회연대경제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답을 줄 수 있고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으며, 특히 정부가 돌봄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 기구, 비정부기구, 사회연대경제조직이 다 같이 모여서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솔루션을 고민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모델이 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조직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사회연대경제 진흥에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아프리카나 유럽, 아메리카와 같은 다른 지역보다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더 낮기 때문에 선도적 역할을 할 국가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연대경제가 덜 발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연대경제를 명확하게 설명할 '개념'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이니셔티브, 프레임워크가 존재해야 더 우호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 시멜 에심 부서장의 인터뷰 당시 모습. ⓒ라이프인
▲ 시멜 에심 부서장의 인터뷰 당시 모습. ⓒ라이프인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 시범사업 최종 보고 이후에는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나.

이번 시범 사업은 '1단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이드라인을 시범적으로 5개 국가에서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을 바탕으로 향후 5년 안에 매뉴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매뉴얼로 만드는 과정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지금의 고민거리다. 내년에는 고용노동부와 진행하는 협력 사업 안에서 2단계 프로젝트를 시행하려고 한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면,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을 매뉴얼로 만들기 위해 중간 과정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 하나 있고, 5년 후 사회연대경제 통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최동일 과장 답변)

ILO는 다수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구성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사회연대경제계와의 파트너십을 모색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의제 혹은 협력 사업이 있는가?

ILO는 노사정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사용자 단체, 노동자 단체 모두와 연계돼 있다. (협동조합 부서의 경우) 한국에서는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도 교류하고 있고, 서울대학교와 아시아의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연구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또, 새마을금고 5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이어 올해 60주년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새마을금고 모델이 국제적으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ILO와도 협력 사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성공회대학교와도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ILO는 7월 4일부터 3일간 성공회대와 씨리엑 인터내셔널이 함께 개최하는 제9회 CIRIEC 국제학회에도 참여한다. -편집자 주-)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