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치료가 마약범죄 예방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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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치료가 마약범죄 예방에 기여한다?
1분기 마약사범 수 4,124명, 저연령화 현상 심각
2022년도 마약사범 재범률 52%, 중독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재범 예방책
가상현실(VR) 이용한 마약 중독 치료, '디지털치료제' 각광
국내외 연구 및 투자 지원 뒷받침돼야
  • 2023.07.04 17:54
  • by 박서연, 배성용, 장희태 대학생 기자

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고용문화 조성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지털 케어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임상실습 교육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 등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4회에 걸쳐 게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청년들의 고민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 Pixabay.
▲ Pixabay.

4,124명.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마약 단속에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다. 이는 전년 동기(3,080명)와 비교해 33.9% 증가한 수치다(이상 대검찰청 '마약류 월간동향'). 여기에 적발되지 않은 범죄의 비율인 '암수율'(국내 약 29배, '마약류 범죄에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을 적용하면 마약사범 수는 무려 11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슬프게도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마약사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대 마약사범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마약사범 수는 481명으로('마약류 월간동향'), 2017년(119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암수율을 적용하면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최대 약 1만 3천 명까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마약 확산 문제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기 전에 범국가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이에 정부는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마약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만큼 중요한 것이 '마약 중독의 치료'이며, 결국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마약 범죄 예방책이라고 말한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특성상 재범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의 ‘2021년도 마약류 범죄백서’에 의하면 마약류 재범률은 36.6%이며, 2017년부터 5년간의 재범률을 봐도 연 평균 30%를 넘기고 있다.

■ "가상현실로 마약 중독을 치료하다" 디지털치료제(DTx)로서 VR의 가능성

▲ 버추얼이라크. CNN 방송화면 갈무리.
▲ 버추얼이라크. CNN 방송화면 갈무리.

마약 중독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범죄 예방책이 되는 상황이라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가상현실 치료'(Virtual Reality Therapy, VRT)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상현실 치료란 컴퓨터와 시각적 몰입장치를 사용하여 환자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환자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치료적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치료 방법의 핵심이 되는 '가상현실'(VR)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떠오르고 있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DTx) 중 하나이다.

디지털치료제는 먹는 약이나 주사로 대표되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장점이 많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기술동향브리핑에 의하면, 일반적인 신약 개발에는 평균 약 15년의 시간과 3조 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디지털치료제는 평균 3.5~5년의 개발 기간과 100~200억 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또한 독성이나 부작용도 거의 없다.

디지털치료제로서의 가상현실은 1990년대 이래로 우울·공황·불안장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니코틴·알코올·약물 중독과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돼 왔다. 주된 치료 요법은 '노출치료'와 '인지행동치료'다. 노출치료는 환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직면하게 함으로써 부정적 감정과 반응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인지)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 하에 환자가 부정적 상황을 인지하고 문제 행동을 바꾸도록 한다.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환자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므로, 보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가상현실 치료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5년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의 PTSD를 치료한 '버추얼 이라크'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창의적기술연구소에서 진행한 버추얼 이라크는 가상현실로 재현한 전쟁 상황에 참전 군인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했다. 치료 결과는 유의미했다. 기존 치료 방식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를 포함하여 전체 20명 환자의 PTSD 지수가 평균 54.4에서 35.6으로 감소했고, 치료가 끝나고 3개월 후에도 환자들의 상태가 유지됐다.

이러한 가상현실 치료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마약 중독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곳은 중국이다. 2019년 개제된 CSF 중국전문가포럼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 저장성의 마약중독자재활원(浙江省戒毒所)은 이미 마약 중독 치료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했다. 마약 중독자에게 약물 중독의 폐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마약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마약 근절을 도왔다. 

비슷한 시기, 중국 상하이 칭둥 마약중독자재활원에서도 '가상현실 마약 끊기 교정법'을 실시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망(新華網)의 2018년 기사에 따르면 칭둥 마약중독자재활원은 실제로 마약을 하는 것과 유사한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안구 추적 기술과 생리학적 파라미터(두 개 이상의 변수를 연관시키고 함수 관계를 표시하는 매개변수)를 활용하여 환자의 중독 정도를 양적 측정했다. 또 가상현실을 통해 중독자들을 마약에 지속적,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반응이 둔감해지도록 하면서 마약의 부작용을 생생히 전해 혐오감을 조성했다.

■ 가상현실 치료, 국내에서의 상용화 가능성은?

▲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중독센터에서 운영한 가상현실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사용된 가상현실 일부. ⓒ메디마인드
▲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중독센터에서 운영한 가상현실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사용된 가상현실 일부. ⓒ메디마인드

국내의 경우, 니코틴이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데 가상현실 치료가 이루어지며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니코틴 중독과 알코올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특정 물질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독 질환)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가상현실 전문 벤처기업 메디마인드가 개발한 '가상현실 금연치료 프로그램'이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중독센터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세 면의 대화면으로 구성된 'CAVE VR 시스템'과 3D 콘텐츠 기술을 융합하여 환자들에게 가상의 흡연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환자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담배의 유혹을 절제하는 법을 경험하고 학습한다. 메디마인드 소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기존 약물치료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현실과 생체신호를 활용한 중독치료 시스템을 개발한 메딕션은 지난 2018년 전국 11개의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알코올 중독 환자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을 납품했다. 프로그램은 음주운전 폐해 체험과 같은 혐오 치료 요법, 알코올 거절 훈련, 금주 성공 체험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여러 가상현실 시나리오를 통해 제공되며 환자들이 알코올 중독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 추가적으로 맥파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심박수를 체크하고 상황에 따라 분노 조절 능력을 키우는 치료 과정도 함께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보호관찰, 수강명령, 치료명령을 선고 받은 알코올 중독 범죄자 중 5,000여 명에게 적용됐다.

국내의 니코틴,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가상현실 치료는 마약 중독 치료에 확장 접목될 가능성이 있다. 니코틴 중독과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은 모두 물질 중독이라는 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혐오치료 등 핵심 치료 요법이 공통된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마약 중독 치료에 가상현실을 활용한 해외 사례가 있다는 점을 볼 때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마약 중독의 가상현실 치료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2016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가상현실 치료 기기 및 콘텐츠를 개발할 때에는 모든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와 협업하여 안전성과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국내외 논의 및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상현실 치료의 개발을 뒷받침할 충분한 지원 정책들 역시 요구된다. 메디마인드의 강 상무는 디지털치료의 개발에 있어 아쉬운 점으로 투자의 부족을 꼽으며 "기존 신약보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더 적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정부 개발 과제나 펀딩을 통해 확보되는 투자 비용만으로는 치료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품목 허가까지 받는 것이 무리가 있어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마약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효과적인 마약 중독 치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가상현실 치료가 마약 중독의 절대적인 치료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본래 100% 완전한 치료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기존 마약 중독 치료와 가상현실 치료를 병행할 때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중독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상현실 치료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상현실 치료가 마약 범죄의 재범을 막음으로써 마약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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