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살림'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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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은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살림'의 철학"
주제가 있는 대화 '채식,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는 기쁨'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 "비거니즘은 살림이다"
  • 2023.09.24 23:22
  • by 이진백 기자
▲ 라이프인 '주제가 있는 대화' 웹포스터.
▲ 라이프인 '주제가 있는 대화' 웹포스터.

"비건이 되는 것은 나의 먹고 사는 일이 다른 생명의 죽임인지 살림인지, 지구의 죽임인지 살림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_ 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 中, 전범선, 2022

자신을 12년 차 비건인이라고 소개한 전범선氏는 작가이자 밴드 '양반들'의 보컬,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철학) 자문위원을 맡아 주로 이론과 언어를 다듬는 일을 한다. 

9월 주제가 있는 대화에서는 '채식,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는 기쁨'이라는 주제로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과 함께 비건(채식)을 통해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범선 자문위원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사상사, 철학사 등을 공부하면서 나름의 신념 체계를 갖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영미권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다 공리주의 연장선에서 피터 싱어(Peter Singer)를 알게 됐고 2012년 '동물해방운동의 바이블'이라는 그의 저서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을 읽고 완전히 설득당해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인종차별의 철폐가 노예해방으로 성차별의 철폐가 여성해방으로 이어진 것처럼 종차별의 철폐가 동물해방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면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이성적(말하거나 생각하거나 똑똑해서)이어서가 아니고 때리면 아프거나 고통스럽고, 죽이면 생명(삶)을 빼앗기는 것이니까 안된다는 논리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듯이 모든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모두가 고통을 두려워하고 행복을 추구하는데 왜 그들(동물)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지 않느냐. 이는 종차별적이고 비윤리적이다. 피터 싱어는 종차별주의(speciesism)를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종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다른 종의 이익을 배척하는 편견 또는 왜곡된 태도라고 정의했다.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너는 인간 종의 권리만 생각하고 다른 종의 권리는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죽이고 먹는 것에 동참하고 있으므 인종차별주의자처럼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에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다. 그런데 나는 고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고 고기 먹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이를 아무리 반박하려 해봐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억지로 몇 년에 걸쳐서 채식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소고기를 끊고 소고기가 안 당길 때쯤(안 먹다 보면 안 당기게 됨) 되면 돼지고기를 끊고 또 안 당기면 닭고를 끊고 이렇게 4년에 걸쳐서 완전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이제는 완전하게 식물식을 하는 비건 식단을 한 지가 12년 됐습니다. " 

이후 '동물 해방' 책을 고등학교 동창인 이지연(동물해방물결 대표)에게 선물했는데 그 친구가 5년 뒤 동물 해방과 종차별 철폐, 인도주의의 경계 확장 등을 주장하며 동물해방물결을 결성했다. 동물권 운동을 하게 된 것은 친구 따라 강남 간 꼴이다. 사상적으로 관심이 있긴 했지만, 실제 운동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친구가 한다니까 옆에서 거들었다. 철학 자문위원이라는 허울을 쓰고 주로 이론과 언어를 다듬는 일을 한다. 동물권, 동물해방, 종차별, 종평등, 비거니즘, 비건 등의 개념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담론을 형성했으며, 요즘은 비거니즘을 단순 채식주의가 아닌 죽임 반대, 즉 '살림'의 철학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

"비건은 인간이 아닌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한다. 비건은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이기 이전에 엄연한 윤리적 철학, 정치사상이다"라는 그는 "육식주의는 엄연히 살아있는 존재도 '고기'로 치환시켜 버린다. 사전적 의미로 마리는 '짐승,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비인간 동물은 '마리'로 부르고 인간 동물만 '명'으로 부르는 것은 종차별이다"라고 꼬집는다. 이름 있는 동물도 많은데 사람만 '명'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종차별 이라는 것. 이외에도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고 폭력을 당연시하는 표현이 참 많다. '살처분'이란 말도 인간이 단순히 고기를 먹기 위해 벌이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은폐하는 완곡어법이다. 

그는 채식주의를 단계별로분류하고 위계질서를 부여해 채식주의자 자기검열과 죄책감을 심어주는 사회적 시선에 우려를 표한다.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비건이기에 완벽한 비건은 없으며, 누가 더 윤리적으로 순결한가를 겨루는 것조차 인간 중심적인 허세라고 일침을 가한다.

농업혁명의 시대부터 점점 단단해진 공장식 축산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 한 해에 식용으로만 12억의 동물을 죽인다. 전 세계 포유류 중 36%는 인간, 60%는 인간이 먹기 위해 가르는 가축, 오직 4%만이 야생동물이다. 음식뿐 아니라 실험, 전시, 오락, 의류 등의 이유로 동물을 죽인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8년 기준 1인당 총 53.9kg으로, 1990년 대비 약 2.7배가량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참고로 한국인 1인당 쌀 소비량은 2021년 기준 56.9kg으로, 1년 전 대비 1.4% (0.8kg) 감소했다. 

비거니즘은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채식)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에서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학대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이다. 비거니즘은 우리 사회의 최약자인 동물을 살리는 일이다. 다른 생명의 숨을 빼앗지 않고 생명을 꾸리는 비거니즘은 나와 당신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살림'이다. 비건은 어렵지만 '비거니즘'은 삶의 반경을 넓히는 방향성이기에 작금의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면 실천할 것이 있다. 

전 세계 농경지의 80%는 인간이 먹는 게 아니라 인간이 먹기 위한 고기를 키우기 위해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로 쓰인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16kg이 필요하다.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그 화석연료는 기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육식을 줄여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해법 중 하나는 채식이다.
 

▲ 라이프인 '주제가 있는 대화'
▲ 라이프인 '주제가 있는 대화'

채식에서 여성 인구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보신과 남성성이 연관이 있어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의 비건의 어려움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남성성의 신화와 보신(단백질)의 신화 때문이다. 
고기가 몸에 좋다는 두 가지 신화를 깨야 건강해질 수 있다. 남성성의 신화는 정력에 관한 것으로 혈액순환과 관련되어 있다. 채식을 하루만 해도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채식을 하면 피가 맑아 진다. 실제로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나 운동선수 메시도 시즌 때는 채식을 한다. 스티븐 잡스, 브레드 피트 등 해외 셀럽들 중에서도 비건주의자는 매우 많다. 두번째 보신(단백질) 신화는 성장과 관계가 있다. 성장 시기 단백질이 필요한데 지금은 단백질 과잉 공급의 시기다. 우유는 압축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다 크고 나서도 먹고 있다는 것은 성인병의 지름길이다. 인슐린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들을 계속먹게되면 암과 심혈관질환 등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지 않는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시장에서 비건에 대한 반응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상황은 비거니즘의 볼모지라고 봐야 한다.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것, 채식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10%가 채식주의자이며 5%가 비건이다. 

전 자문위원은 "채식이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실천운동과 생명살림운동으로서 '전기'와 '고기' 그리고 '쓰레기' 등 세 가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줄임을 생활 실천의 원형에서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생산 방식을 바꾸는 법도 있다고 설명한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을 햇빛 발전이나 풍력을 이용해 지속가능하게 바꾸는 것,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도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으로 얻을 수 있다. 쓰레기도 마찬가지로 리사이클이나 제로웨이스트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이유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때문이다. 남들이 먹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 비건 세상에 태어나면 고기는 음식이 아닐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확실한 사상적 이유를 가지면 시작하는 것도 지속하는 것도 훨씬 쉽다. 

최근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빙어 개체수가 줄고, 얼음이 얕게 얼어 빙어축제 개최의 어려움이 있는 강원도 인제군은 '빙어축제' 대안으로 내년부터 '비건축제'를 준비 중이다. 

약 2000마리의 한우가 있는 신월리는 강원도 인제군에서도 한우 사육 규모가 가장 큰 마을이다. 이곳에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한 부평초등학교 신월분교를 활용해 도축 위기에서 구한 소 여섯마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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