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에서 일하기, 요즘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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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에서 일하기, 요즘 어떠신가요?
'2023 N포럼-여기 어때? 내가 비영리에서 일하는 이유' 개최
  • 2023.09.20 10:49
  • by 노윤정 기자

현재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현재를 '위기의 시대'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미래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불확실한 미래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위험이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된 시대, 비영리 분야 종사자들은 어떻게 일에 대한 확신과 지속 가능성을 찾고 있을까?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2023 N포럼-여기 어때? 내가 비영리에서 일하는 이유'에서는 비영리 분야 종사자들이 가진 불안감과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동력 등 '비영리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이날 포럼은 2001년부터 구독자들에게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내온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의 기조연설로 시작했다. 고 이사장은 '불확실한 시대에 내가 가진 신념과 가치를 지속할 방법'이라는 주제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비영리 분야에서 일하는 것의 가치를 돌아봤다.

그는 40대 후반 번아웃과 건강 악화를 겪으며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말한 뒤 "그날 이후로 내 인생을 덤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살고 있다고 여기면 생각이 대체로 평화롭고 이타적인 쪽으로 이동한다. 그때 시작하는 일이 아침편지문화재단이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20여 년간 매일 편지를 작성하는 일의 어려움과 보람을 통해 비영리 영역의 일이 가진 가치를 이야기했고, 특히 '길'과 '꿈'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저술한 '고도원 정신'의 부제 '절벽에도 길은 있다'를 인용하여 "'길이 있다'와 '길은 있다'는 다르다. '길이 있다'고 했을 때는 길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길은 있다'고 말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고 전하며 비영리 영역의 일이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 이사장은 '꿈 너머 꿈'을 꿈꾼다고 말하며 "예를 들어,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개인의 꿈이다. 그런데 백만장자가 된 후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꿈 너머 꿈'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꿈에서 의미 있는 일로 한 번 더 전환하는 것, 그 전환의 핵심은 '이타성'이다"고 부연했다.

고 이사장은 자신이 공동대표로서 운영하는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200만여 명의 대외동포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대감을 형성하고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비영리 조직)를 실례로 들어 "길을 내고,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물줄기를 잡고, 꿈 너머 꿈이 대물림되어 장관을 이루는 꿈을 꾼다"고 덧붙였다.

▲ 승근배 양지노인마을 원장. ⓒ아산나눔재단
▲ 승근배 양지노인마을 원장. ⓒ아산나눔재단

기조연설에 이어 섹션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섹션은 '조직, 여기 어때? 지속 가능한 비영리를 위한 건강한 조직문화'라는 주제로 진행됐는데, 첫 연사로 나선 표경흠 웰펌 대표는 비영리 영역이 조직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담보할 것인지 ▲예산 ▲인적 자원 ▲운영 체계 ▲의사결정 과정 등의 범주에서 여러 가지 방법론을 공유했다.

이어 승근배 양지노인마을 원장은 '교환, 순환, 전환'을 주제로 '조직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먼저 "교환적 가치의 조직에서는 임금과 노동이 중요한 가치다. 사람은 임금과 노동이 매달 교환되기 때문에 연속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회성의 교환이 매월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교환적 가치의 조직에서는 임금과 노동이라는 두 자원의 균형이 중요하며,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갈등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승 원장은 대표적 조직 갈등으로 '조용한 관둠'(Quiet quitting,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충실하게 하겠다는 태도를 의미하는 신조어)을 꼽았으며, 자원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비영리 조직뿐 아니라 영리 조직도 교환적 가치에 의해 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승 원장은 '순환적 가치'에 의해 조직이 운영돼야 하며, 순환적 가치의 조직에서 중요한 자원은 '조직자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직자본을 어떻게 만들어 낼까? 승 원장은 '자유'와 '의미'를 통해 조직자본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자유로울 때 더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그 의미가 조직의 사명과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조직 민주주의가 실현된 조직이다. 다만 승 원장은 이때 말하는 자유를 '공동체주의적 자유'라고 말하며 "자유로운 주체는 조직에 주어진 목표와 규범 안에서 자유롭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어 조직자본은 조직만의 것이 아닌 사회의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 원장은 "비영리 조직이 전환적 가치의 조직이라고 믿는다"라며 "비영리가 추구하는 목적이 전체 사회의 공동선과 언제나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직자본을 만드는 것이 자유와 의미라면, 자유와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CPR, 즉 대화(Conversation), 피드백(Feedback), 인정(Recognition)을 그 수단으로 언급했고, CPR의 작동 원리로서 상호 소통을 위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아산나눔재단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아산나눔재단

첫 번째 섹션 마지막 연사인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비영리 조직에서 성장하며 일하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발표를 통해 ▲조직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조직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등의 논지를 펼쳤다.

박 대표는 개인이 조직 안에서 성장하며 일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지향과 목표를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우리가 합의한 목적과 목표에 집중해서 일하고 결과를 내고 있는지 △조직의 성장을 나의 성장과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살펴본 구체적인 내용들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때 중요한 요소로서 ▲미션과 비전 ▲구체적인 '끝 그림'(엔드픽처, End-picture) ▲조직의 일관성을 정하는 '핵심 가치'(코어밸류, Core-value) ▲의사결정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원칙'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뉴웨이즈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목적을 기반으로 주요 결과를 설정하고, 개인의 성장과 연결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직무와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가 다를 것이라고 상정하고, 구성원의 직무 정의와 커리어 정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성장하고 싶은 부분을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내용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온원 미팅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면서 업무 만족도, 조직에 원하는 점 등을 듣고,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원하는 커리어를 충분히 실험하고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기별로 데이터 기반의 점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정지훈 비영리IT지원센터 이사. ⓒ아산나눔재단
▲ (왼쪽부터)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정지훈 비영리IT지원센터 이사. ⓒ아산나눔재단

이어진 두 번째 섹션에서는 '기술, 이거 어때? 챗지피티(ChatGPT) 등의 기술 변화에 따른 비영리의 가치 변화 이야기'를 주제로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모더레이터),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정지훈 비영리IT지원센터 이사(이상 패널)가 토의를 진행했다. 해당 섹션에서는 챗지피티 같은 생성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며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시기에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변화에 대응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으며, 특히 조직문화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다.

김 대표는 비영리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업무 자동화 기술을 공유하는 모임을 운영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한 달간 스터디 모임을 운영했고, 2주쯤 됐을 때는 벌써 자기 조직에서 기술을 적용해 본 분들도 있었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조직과 그러지 않은 조직의 차이가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구성원들이 젊다고 변화 적응에 빠른 것은 아니었다. 수용성 있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 이사는 "요즘은 (새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검증된 도구가 굉장히 많다. 그중 우리 조직에 맞는 도구를 찾아가는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기술만 도입하려고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음 질문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두 패널은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개인과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논하며 "디지털 전환을 조직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쉬운 방법으로는 이사회나 운영위원회, 자문그룹 안에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을 얼마나 배정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구성원들에 대한 기술 교육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김자유)고 말했다. 모더레이터인 박 팀장 역시 "디지털 전환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조직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디지털 전환으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은 기술 전환을 하면 된다. 이때 리더십의 역할은 어느 부분부터 디지털로 전환해 나갈지 출발점을 찍어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루트임팩트 선종헌 리드. ⓒ아산나눔재단
▲루트임팩트 선종헌 리드. ⓒ아산나눔재단

마지막 섹션 '일, 요즘 어때? 비영리 종사자가 느끼는 일에 대한 불안감, 일의 가치'에서는 비영리 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그 이유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트임팩트 선종헌 리드는 '직무 불안감'이라는 관점에서 비영리 분야 종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분석했다. 그는 임팩트 지향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직무 환경을 '모호하다'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업의 본질 자체가 모호하고, 구성원의 역할도 모호하며,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비영리 영역 업무의 특성상 성과 또한 모호함이 있다는 것이다. 선 리드는 바로 이러한 모호함이 불안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불안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여 ▲일의 결과를 모호하지 않게 상상하고 대비하기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공부하기 ▲자기 주도적으로 일의 목적을 반복적으로 상기하기 ▲자율적인 환경을 엄격하게 활용하기 등의 공통된 습관을 발견했다.

이어 선 리드는 '모호함에 관한 관용'(Ambiguity Tolerance)이라는 개념을 부연하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모호함이 불안함을 야기한다. 하지만 불안함은 습관이나 모호함에 대한 관용으로 조절할 수 있다. 불안함이 있더라도 그것을 관리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 ⓒ아산나눔재단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 ⓒ아산나눔재단

마지막으로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는 '변화'를 열쇳말(Keywords)로 하여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임팩트리서치랩,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사회혁신가의 여정과 역량 모델링' 연구를 진행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사회혁신의 목적은 '혁신'보다 '사회'에 방점을 두고 있고, 혁신을 만들기 때문에 막막함과 모호함은 기본값이며, 혁신은 탁월한 개인보다 임파워링(Empowering, 강화)된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한 홍 대표는 사회혁신가의 성장을 단계별로 나아가는 '여정'으로 설명하며 "이 '여정'이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를 '동료'와 '친구'라고 밝히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일'이란 관계를 만드는 일이자 우리가 가진 가치를 연결하는 일"이라고 관계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날 포럼의 마지막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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