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농부들의 기후행동④] 채식 중심 사회 인도 케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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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농부들의 기후행동④] 채식 중심 사회 인도 케랄라
  • 2024.04.03 12:00
  • by 김선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1980년 남인도 케랄라 산악지역의 향신료 재배 소농들과 젊은 가톨릭 신부가 설립한 비영리조직 PDS(Peermade Development Society)는 관행농법의 폐해와 산업화된 대규모 농식품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 속에서도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며 살고 있다. PDS가 위치한 서고츠(Western Ghats)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곳이며,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고대부터 후추, 카다멈, 생강, 강황 등 향신료의 원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들은 쉽지 않은 유기농법 전환과 인증 및 모니터링 체계, 전체 가치사슬의 규모화와 전문화, 혁신적인 리더십, 선진국 소비자단체들과의 공정무역, 장기적인 파트너십 등을 쌓아왔다.

본 기획기사는 공정무역과 협동조합 분야에서 연구하고 활동해온 두 명의 연구자가 인도 최남단 케랄라 지역을 방문하고 연구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2022년 6월~23년 7월). 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향신료 농부들의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여러 도전과제 및 어려움 속에서 이를 극복하며 도전해 온 노력의 흔적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전 세계인의 과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케랄라의 향신료 농부들과 같은 농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이해와 공감, 적극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도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힌두교, 불교 등에서 살생했을 때 안 좋은 업(카르마)을 쌓는다는 이유로 채식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인도 인구의 24%가 채식을 한다.

2002년에 두 달간 인도 여행을 했을 당시 거의 육식을 하지 않았다. 우유와 향신료를 섞은 인도 전통차, 짜이나 인도식 요구르트, 라씨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채식을 먹었다. 다양한 채식 요리와 맛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렇게 맛있는 채식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평생 채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공정무역 후추 생산지 케랄라 지역은 인도 중부 지역보다는 육류나 어류를 넣은 음식이 많았다.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사는 만큼 음식도 다양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음식은 채식에 기반해 있었고 육류나 어류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투입된 양은 매우 적었다. 

■ 한국인, 인도인 보다 거의 10배 가까이 육류와 어류 소비

인도인과 한국인의 고기 소비량의 차이는 아래 표에서 잘 드러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이 137kg인데 비해 인도는 14kg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이 거의 10배 가까이 육류와 어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후위기라고 하는 현 인류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기 소비량의 차이를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만 볼 수는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이는 현재 운송 부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거의 유사하다. 고기 소비를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 온난화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뜻이다. 

케랄라에 머무는 동안 PDS에서 운영하는 아유르베다 치료 센터에서 머물렀다. 이곳에서는 체류자들에게 세끼 모두 채식을 제공하는데, 그 이유로 의사는 채식이 소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육식을 완전히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지고 튀긴 음식 등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몸속 시스템이 정체를 일으키며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채식 위주 식사를 권장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매끼 마다 다른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다양한 채소와 콩, 곡물을 활용한 음식들이 제공되는 데 자극적이지 않고, 짜지 않으면서 맛있었다. 케랄라 전통 채식 음식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발달해 있어 20년 전 중부 지역을 여행할 때는 경험하지 못한 채식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 15일간 머문 숙소동.
▲ 15일간 머문 숙소동.
▲ 숙소 식당(左)과 각종 채소 요리.
▲ 숙소 식당(左)과 각종 채소 요리.

■ 포장된 식품에 색으로 성분 표시 

인도에서 흥미로웠던 것 중의 하나는 포장된 상품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제품 앞면에 색을 달리한 동그라미 표시를 부착해 놓은 것이다. 음식에 녹색 마크가 있는 것은 육류와 해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인도는 2006년에 식품 안전 및 표준법이 제정되고, 2011년에 식품 안전 및 표준(포장 및 라벨링) 규정에 따라 채식 식품은 녹색, 비채식은 붉은색으로 표시하고 있다. 2021년에 인도의 식품 안전 표준 안전청에서는 색맹인 사람들을 고려해서 비채식 식품의 표기를 원형에서 삼각형으로 교체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붉은색 원형으로 표시하는 비채식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음식에 들어간 성분에 따라서 채식과 비채식을 쉽게 구분하도록 표시함으로써 식품의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판매자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쉽게 음식을 고를 수 있었다. 
 

성분 표시 마크가 있는 식품들.
▲ 성분 표시 마크가 있는 식품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심볼을 사용하여 표시한다면 채식이거나 채식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비건 표시를 한 식품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전 제품에 채식과 비채식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비건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채식으로 전환하고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중요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인도 케랄라를 방문하면서 다양한 채식 재료를 활용한 음식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공식품과 포장 식품에 채식과 비채식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하도록 한 부분도 시사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고기 소비를 줄이고 채식 지향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채식 요리가 더 많이 발전되어야 한다. 다양한 국가의 건강한 채식 요리를 소개하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인도에서 다양한 채식을 경험하면서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요리는 채식에 기반하더라도 고기를 섞는 경우가 많다. 비빔밥의 고기 고명, 달걀 같은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지구와 인류를 위한 채식 지향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개인은 물론 식품 산업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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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김선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협동조합경영학 박사, 주로 협동조합, 공정무역, 사회적기업의 제도 변화 및 발전 과정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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