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생협의 원주지역 진출 반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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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생협의 원주지역 진출 반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
[생협의 ‘오래된 미래’에 대한 질문들(1)] 원주아이쿱생협 진출 찬반논란(3)
  • 2017.07.24 19:52
  • by 강찬호
사회적경제는 협동과 상생, 연대를 외친다. 협동조합 간 협동을 주창한다. 생협도 그러하다. 그러나 협동과 연대는 현실에서 말처럼 쉽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아이쿱의 원주지역 진출과 그에 대한 반발은 이런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흥미롭다.

원주아이쿱생협이 원주지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원주지역 10개 단체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원주 지역언론인 원주투데이에 의견광고를 게재(2017.4.6.)하고, 이러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이쿱생협은 10개 단체가 의견광고에 참여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시했고, 사실관계를 밝히면서 입장(2017.4.12)을 밝혔다. 이에 대해 10개 단체는 ‘아이쿱 생협이 밝힌 입장에 대한 보충 설명서’라는 제목으로 재반론(2017.4.26. 이하 '재반론')했다. 앞서 <라이프인>은 원주지역 10개 단체가 낸 의견광고의 입장과 이에 대한 아이쿱의 반론에 대해 소개했다.

그 정점에는 2003년 ‘잡곡부정사건’(이하 잡곡사건)이 있었다. 2003년 잡곡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앙금이 생겼다. 당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기 전에 당시 ‘잡곡사건’을 둘러싼 입장의 차이를 좀 더 알아보자.

14년전 ‘잡곡사건’이 발생...아이쿱, 거래계약 위반으로 중대한 사안...원주생협, 지역생산자 외면할 만한 일 아냐

잡곡사건을 단순화하면 이렇다. 아이쿱(당시 생협연대)는 원주생협과 잡곡거래를 했다. 원주생협은 지역 잡곡생산자들과 거래했다. 아이쿱에 납품된 잡곡에서 원주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외부 잡곡이 발견됐다. 알아보니 원주생협이 지역생산자들과 직접거래 외에도 상점을 통해 외부잡곡을 거래했다. 이는 거래계약 위반이었다. 더욱이 당시 국내 상점 거래에는 중국산 잡곡이 혼입되는 문제도 발견되고 있었다. 자칫 국내산 잡곡뿐만 아니라, 중국산 잡곡까지도 혼입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이쿱은 조합원과 신뢰를 우선했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 사건이 파장을 낳았고 수습이 지연되면서 아이쿱 생산자회가 원주생협과 거래를 중단했다. 이어 아이쿱도 이사회와 총회를 거치면서 거래중단을 선택했다. 아이쿱은 원주생협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주생협은 이에 대해 반발했다. 그 전까지 우호적인 관계였다가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2003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안을 두고 원주생협은 아이쿱이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아이쿱과 원주생협은 강원도물류센터를 함께 짓기로 하고 협력했으나, 원주생협이 중간에 빠지게 됐다. 최종적으로 아이쿱이 독자적으로 설립했다. 원주생협은 자신들이 강원물류센터 건립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아이쿱이 불만을 가졌고, 그 불만을 잡곡사건에 떠넘긴 것이라고 여겼다. 원주생협은 잡곡사건으로 제명된 것에 대한 이유를 그렇게 찾았다. 그러면서도 잡곡사건으로 아이쿱과 거래가 중단되었지만 당시에 거래 중이었던 지역 농민 생산자들의 잡곡은 아이쿱이 매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이쿱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반면 원주생협은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 지역 농가의 잡곡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쿱은 원칙을 이유로, 지역 농가를 외면했지만, 원주생협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쿱이 원주지역에서 외면 받는 이유이고, 원주생협은 지역단체들과 함께 현재까지 연대를 유지해오게 된 배경이자, 이유라는 설명이다.

원주생협의 입장에 대해 아이쿱은 2003년 당시 잡곡사건과 강원물류센터 건은 별개의 사안임에도 원주생협이 이를 호도해서 알렸다는 입장이다. 잡곡사건은 그 자체로서 계약을 위반한 사안이므로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그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주생협은 2003년 6월과 9월 사이에 아이쿱과 갈등을 겪으면서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진상파악과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자체 조사활동 결과 잡곡사건과 강원센터는 별개의 문제인 점을 확인했고, 원주생협이 이 문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부 잘못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아이쿱에 문서로 사과(2003.9.8.)했다. 다만, 사과문에서 원주생협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해 생산된 잡곡에 대해서는 농민들 입장을 고려해 수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2003년 잡곡사건을 두고 엇갈린 시각과 입장차 드러내...결국, 결별 수순..원칙과 원칙 그리고 감정의 경계에서 ‘불신’ 쌓여

이상이 2003년 발생된 잡곡사건의 대략적인 경과이다. 아이쿱은 잡곡거래에 부정 혼입이 발생했고, 이는 조합원들과 약속을 위반한 것이기에 원칙적인 대응을 취했다. 원주생협의 개선의지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원주생협은 아이쿱이 잡곡사건을 빌미로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간주했다. 원주지역 단체들도 원주생협에 동조했다. 아이쿱은 원주단체들이 원주생협에 동조하게 된 것은 원주생협이 잡곡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호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2003년 당시 상황이 2017년 4월 아이쿱의 원주 진출을 놓고 비슷한 모양새로 재연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이런 대략의 개요를 가지고 다시 현재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원주지역 10개 단체 의견광고에 이어, 아이쿱의 반론, 그리고 이들 10개 단체의 재반론. 10개 단체의 재반론 요지는 이렇다.

아이쿱은 당시 잡곡혼입 사고의 책임을 원주생협에 물었고, 거래를 중단함으로서, 결국 당시 지역생산자들이 수매처를 찾지 못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2003년 당시 원주생협이 아이쿱 측에 사과를 한 것은 잡곡 생산자들이 수매처를 놓쳐서는 안 되기에 사과문을 낸 것이라는 뉘앙스로 해명했다. 아이쿱과 거래 중단에도 불구하고 원주생협은 지역생산자들의 수매처 확보를 위해 지역단체들과 함께 했고, 문제 해결에 끝까지 나섰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이쿱은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수해서 거래를 중단했고, 이는 지역생산자들의 처지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아이쿱의 모습은 소비자, 생산자 그리고 지역이 함께 가는 협동과 상생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주생협과 지역단체들이 아이쿱에 대해 생명운동, 협동운동의 정신과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두고 ‘협동조합 운동을 독점하는 것’이라고 아이쿱이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10개 단체의 입장은 재반론 문서의 끝부분 문장에 집약되어 있다. "물품사고에 대해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아이쿱이) 자기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와 함께 하는 협동운동의 주체적 파트너로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함께 느끼고, 함께 해결해 가려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고, 생협이라고 원주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아이쿱은 책임을 묻고 거래를 철회함으로서 생산자와 지역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원주생협은 생산자와 지역을 책임지고자 했다는 것이고, 이것이 원주지역에서 여러 단체들의 지지를 얻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아이쿱 측이 보여준 무책임함을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다시 원주지역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고, 원주지역이 오랫동안 추구하고 가꿔온 생명운동과 협동조합의 정신과 역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아이쿱이 명예훼손이나 비난으로 치부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겁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원주생협과 지역단체들, ‘과거사건’ 불러내 아이쿱 비판...아이쿱, 과거 사건의 사실관계 자체가 틀려...과거에도 지금도

이에 대해 아이쿱 측은 지난 6월27일 의견광고에 참여한 10개 단체에 대해 아이쿱이 밝힌 사실관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잡곡혼입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에 확연히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아이쿱측은 당시 사건이 발생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원주생협의 잘못임을 명확히 했고, 그 결과로서 원주생협 비상대책위가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함으로서 더 이상 사건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당시 원주생협의 난처한 입장을 고려한 것이었음에도, 다시 원주생협이 당시 잘못을 부인하는 듯한 행보를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아이쿱 측은 지난 원주지역 의견광고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2003년 당시 발생한 잡곡혼입사건에 대해 원주생협이 발표한 사과문(이하 사과문)을 함께 첨부했다. ‘2003년 9월8일자 원주생활협동조합’ 명의로 발송됐던 사과문은 '오늘 9월8일 바로 원주생협에서 공문으로 발송하는 사과문입니다.'로 시작한다.

이어 사과문에서는 2003년 6월10일에 잡곡부정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여러 사건이 많았다며, 원주생협 당시 집행부가 "‘생협연대(현 아이쿱)가 잡곡부정매입을 사전에 알고 있다가 강원센터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터트렸다’라고 사건을 호도하여 많은 조합원과 생산자들이 의혹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잡곡사건이 나기 이전에 당시 아이쿱(생협연대)와 원주생협은 우호적인 관계였다. 우호적 관계 연장에서 공동으로 강원물류센터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원주생협 내부의 여려 어려움으로 물류센터를 아이쿱 독자적으로 개소하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 잡곡부정사고가 타졌다. 아이쿱은 두 사건은 별개의 건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원주생협은 잡곡사건을 계기로 아이쿱이 거래중단에 나선 것은 물류센터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이쿱이 잡곡혼입을 알고 있었는데, 강원센터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생겨, 일부러 터트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주생협의 입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6월10일 잡곡매입 사건 발생이후 원주생협은 내부 진통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했고, 비대위는 사건을 조사한 후 강원센터와 잡곡 건은 별개의 건임을 최종 확인했다.

원주생협 당시 비대위, 아이쿱에 사과 ‘사실관계 잘못됐고 개선 노력도 부족’...아이쿱, 과거 사건에도 불구하고 다시 과거 반복은 ‘적반하장’...14년의 시간은 무엇인가?

원주생협은 "잡곡문제와 물류센터 문제를 연관지어 생협연대를 규탄함으로써 그 도덕성과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에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회원조합 및 조합원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 일은 원주생협과 생협연대 간의 신뢰가 상실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점, 두 문제 발생이 시기적으로 가깝게 연결되어 발생한 점, 그리고 물류센터 건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원주생협 집행부의 실무적 역량 및 지도력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잡곡혼입 사건에 대해서도 내부 수급 문제가 있어 상회를 통해 국내산 잡곡 매입을 했고, 소량이었지만 수입산 혼입의 우려도 있기에 양을 줄여나가고자 노력 중에 발생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앞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이쿱 측에게 정직하게 알리고 쌍방 간 합의에 따라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 사건 발생 이후에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해명과 사과, 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음으로서 안이하게 대처한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농촌의 잡곡 생산기반이 허물어져 가는 현실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가자고 주문했다. 아이쿱과 거래를 전제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인 만큼 거래중지는 배신감과 위기감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생명운동의 원칙과 정도에서 이탈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해가자고 호소했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며, 더 나은 관계를 희망했다. 그렇게 사과문은 끝을 맺었다.

반면 아이쿱측은 지난 4월12일 입장문을 통해 2003년 6월 당시 잡곡사건에 대해 "당시 아이쿱생협은 원주생협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된 주장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거래중단과 제명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사과문을 받은 후에는 지역 내 파장을 고려하여 원주생협의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잡곡 부정 매입 사건의 대응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원주생협이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지역의 단체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하도록 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2003년 잡곡사건과 2017년 아이쿱의 원주 진출 시도는 14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아이쿱이 원주 지역 진출을 시도하면서, 시간은 다시 14년 전 과거로 흘러가고 있다. 왜 14년 전 사건을 불러내서 현재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사건은 현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과거와 현재의 앙금과 갈등은 감정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정체성과 노선의 문제일 수도 있다. 원칙의 문제로 드러날 수 도 있다.

갈등을 겪은 후 각자의 길을 갔다.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장에서의 자유경쟁과 협동은 어떻게 만나는가. 협동조합과 협동, 생협의 경쟁과 협력은 무엇인가. 10개 단체의 반대는 단순한 의견 개진 차원인가. 조직적인 반대행동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는가. 14년 전 ‘잡곡사건’은 그렇게 중요한 획을 긋는 사건인가. 의문과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와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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