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패러다임 전환, '사회문제 해결하는 봉사활동'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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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패러다임 전환, '사회문제 해결하는 봉사활동'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윤순화 사무처장 인터뷰
  • 2022.08.01 17:30
  • by 노윤정 기자
▲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 ⓒ라이프인
▲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 ⓒ라이프인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세상은 누군가의 노력과 행동이 모이고 쌓이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윤순화 사무처장은 이와 같이 말했다. 지금 내가 누리는 환경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앞선 누군가 혹은 나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의 노력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사는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자원봉사다.

자원봉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곧바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특정 기관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행위를 우리는 흔히 '자원봉사'라고 한다. 호혜성에 기반하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은 자원봉사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을 조금 더 넓혀보자. 자원봉사는 결국 우리 주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나서는 일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의제를 정하고, 행동하는 일. 사람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수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거친다. 자원봉사에 동참하는 과정이 사회문제 해결 방식과 다름없지 않은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이하 중앙센터)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자원봉사라는 행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실천행동을 손쉽게 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특히 중앙센터가 주목한 의제는 최근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위기로, 자원봉사와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연계하고 접목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로부터 기후위기 대응 자원봉사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안녕 함께할게’ 플랫폼을 개설하여 사례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에는 전국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사회적 관계 회복과 탄소 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자원봉사 공동행동 선언'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 행동과 자원봉사 활동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왜 센터는 자원봉사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할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원봉사'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자원봉사의 일상화'와 관련하여 윤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코로나19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던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중 기후위기, 탄소 중립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공동체 내의 문제를 발견하고 시민들이 함께 나서서 해결하는 '운동으로서의 자원봉사'가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중앙센터 역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 주는 경고가 크지 않나. 그래서 자원봉사 활동도 환경 감수성을 키워 보자는 관점에서 다시 접근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행동은 개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행동'이다. 어떤 문제 앞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고자 나서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중요한데, 우리가 그동안 '자원봉사는 이웃을 돕는 선한 활동'이라는 좁은 틀에만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고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고, 중앙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설득하고 행동할 동기를 만들고자 한다.

사람들의 에너지를 응집하고, 정책 영역에서 만들어진 의제를 일상의 영역으로 퍼뜨리거나 일상에서 발견한 의제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자원봉사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봉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모여서 직접 주변의 문제를 찾아보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 활동의 결과로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내용을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이렇게 꺼내 놓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아이디어와 동기도 얻고 공동 행동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의 행동력과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 법, 제도의 방식을 통해 강력하게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책의 문제의식에 지지하고 동의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남기고 있는데, 자원봉사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자원봉사 문화도 달라졌다. 감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가 어려워지니까 자원봉사 방식이 비대면 방식, 그리고 기술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이 직접 자원봉사를 기획하여 참여하고 성과를 온라인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 플로깅 같은 경우에도, 누가 정해준 코스가 아니라 직접 설정한 코스를 돌면서 쓰레기를 주워 보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술이 결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동안의 봉사활동 '평가'는 활동에 투입된 시간이나 행위를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가 걸은 거리를 측정하고, 주운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수거량을 측정하여 실제로 줄인 탄소량이 얼마나 되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측정 결과를 공유하면서 나와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대 의식을 느끼고, 우리의 행동으로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확인하며, 서로의 행동에 '공감'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이 결국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와 신뢰가 누적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의 방식뿐 아니라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다. '회복'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신뢰'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자원봉사는 공감과 인정의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는 핵심 기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여와 인정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폭발력도 커지는 것 같다. 최근 자원봉사 실태를 보면 단체보다 개별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서 공식적인 시스템은 물론이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같은 채널을 이용하기도 한다. 몇 달 전 전국에서 큰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나. 그때 울진군의 한 중국집 사장님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피해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보낸 일이 있었다. 그 사실이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퍼졌고,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그 중국집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중국집 사장님은 시민들의 기부금을 다시 울진군에 기부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참여방식이 다양해지고 임팩트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봉사활동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기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식 자원봉사'와 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공식 자원봉사'라는 이런 표현을 써왔다. 지금은 비공식적인 형태의 자원봉사 참여가 더 많아졌다. 이런 변화를 포괄하면서 자원봉사 문화를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원봉사 영역의 문을 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자원봉사 활동을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재해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찬 봉사를 하는 봉사단이 지금까지 플라스틱 용기에 반찬을 담아 갔다면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다른 대안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명명되지 않았던 활동을 공식 자원봉사 체계 안에 재편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 시민들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키우는 방법도 될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광화문 일대에서 결성된 '광화문 원팀'의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사례를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들이 급감하면서 식당들이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KT에서 광화문 인근 식당들의 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구매하는 '퇴근길 밀키트' 프로젝트를 임직원 대상으로 시행했다. 직원들이 해당 밀키트를 구매하면 밀키트 가격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소상공인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광화문 소재 다른 기업과 기관들에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고, 현재 우리 센터를 비롯하여 광화문 일대의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 17개 기관이 광화문 원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네트워크가 형성되니까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피해 지역과 연계해서 그 지역의 특산물 등을 판매할 수 있는 나눔장터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시시각각(視視各各) 프로젝트'라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다수 기획하고 있다. 이 '원팀' 모델이 퍼져서 세종 원팀 등이 만들어졌고 광주와 대구에도 해당 모델이 전파됐다.
나는 광화문 원팀이 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 연대를 통한 임팩트 확대, 결과물을 참여 주체들의 성과로 공유 등의 과정을 실험한 모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이 우리에게 준 시사점이 굉장히 크다.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연대하고 함께하면 사회적인 임팩트도 커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플로깅 프로젝트나 퇴근길 밀키트 프로젝트를 보면 핵심은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인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을 하게 해야 한다. 퇴근길 밀키트 프로젝트도 퇴근하면서 도시락을 사기만 하면 되니까 참여가 간편하고, 어차피 저녁밥을 먹어야 하니까 사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일도 아니다. 우리가 공동행동을 선언하면서 기존 봉사활동을 탄소중립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자고 하는 것도, 새로운 활동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검토하고 변화를 주자는 의미다.

▲ 2021년도 안녕캠페인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경산시 '청년이 만드는 나비효과'.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자원봉사를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특별한 활동'으로 생각하여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이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동안 '공식적인 자원봉사'라는 개념과 이미지에 매여, 본인들이 이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하다. 지나가다가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도 자원봉사다. 봉사가 아주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깨끗하게 손을 씻듯이, 봉사활동이 내가 사는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행위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봉사활동이 결국 나에게도 유익한 행위라는 경험이 쌓이면 자원봉사 활동에 확장성이 생길 것 같다. 그러니,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공유하고 드러내어 임팩트와 의미를 확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 계획이 있다면.

중앙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장에서 나오는 사례를 발굴하고, 그 사례를 잘 해석하고 콘텐츠로 만들어서, 다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 현장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또, 크든 작든 다자 간 협업 모델을 계속 실험해 가면서 자원봉사가 가지는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의 물줄기가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트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에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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