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3-좋은 때, 나쁜 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마루(MARU) 180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연결', '순환', '확장'을 열쇳말로 하여 총 3부로 구성됐으며,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9개 조직 관계자가 패널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얻은 경험을 나누었다.
본격적인 콘퍼런스에 앞서 나민수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팀 선임 매니저가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아산 비영리스타트업은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시작한 비영리조직 지원 프로그램으로, 나 매니저는 "도전과 성장을 멈추지 않는 비영리 생태계를 만든다는 비전하에 스타트업 마인드셋, 스타트업 성장 전략, 스타트업 임팩트 등 세 가지를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지원, 성과측정 연구, 성장 자원 연계, 전문가 자문, 사무공간 지원, 커뮤니티 연결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콘퍼런스 1부 '인사이트 토크-연결'에서는 '연결'을 주제어로 하여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남연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모두의 1층'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해당 프로젝트는 사단법인 두루와 협동조합 무의, 성동구청 등이 함께한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로, 2018년도 차별구제청구소송이 계기가 되어 시작됐다. 김 변호사는 "규정이 개정됐음에도 경사로 설치의 확산성을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실제로 경사로를 설치하고 개선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서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1층' 프로젝트 참여 조직들은 성수동 아뜰리에길에서 272개 점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교통약자가 접근 가능한 점포가 36개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4개 점포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또한 토크콘서트, 지지서명 캠페인, 영상 제작 및 SNS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을 통해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와 관련하여 김 변호사는 "의사결정권자를 움직이는 데 정량 데이터에 기초한 일반시민의 지지와 호응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느꼈다. 대중이 이 정책을 정말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시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성동구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경사로 설치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프로젝트 기대 효과를 전했다.
이어 사단법인 온기 조현식 대표가 '비영리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전략'에 관해 이야기했다. 온기는 현재 '온기 우편함'이라는 정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찾아오는 온기 우편함' 형태로 사업 확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국으로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기획한 것이 바로 팝업스토어다.
또한 조 대표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얻은 또 다른 성과로서 "팝업스토어 현장을 찍은 영상(비주얼 콘텐츠)으로 기업을 설득하여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온기는 팝업스토어 운영 이후 총 9개 기업과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현재 총 24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온기의 팝업스토어는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방문자가 편안하게 머물다가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조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팝업스토어에 방문했을 때 위로를 받길 원했다"고 설명하며 "비영리조직으로서 중요한 것은 일을 시작했을 때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변함없이 지켜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자원 이수영 대표는 '잠들어 있는 자원의 가능성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 갔다. 그는 '휴면자원'과 휴면자원을 활용한 자원순환 구조 구축 방안을 중점으로 이야기했는데, 휴면자원이란 생소한 개념에 대해 "불량품, 자투리, 부산물, 미사용 재고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 기업 재량에 따라 폐기 여부가 결정되며, 생산 이후 제조기업 차원의 노력이 없으면 전량 폐기되는 자원이다"고 설명했다.
자원은 휴먼자원이 어린이 놀이소재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휴먼자원은 쓰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개방성이 높고, 아동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고 변형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장난감"이라는 것. 이에 자원은 휴면자원을 교육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레미다(Remid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휴면자원의 교육적 가치와 환경적 성과를 임팩트 리포트 등을 통해 알리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집합적 임팩트를 도모하고 있다.
2부 '인사이트 토크-순환'의 첫 번째 패널은 니트생활자 전성신 대표로, 니트생활자는 무업(無業) 기간을 보내는 청년들의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니트생활자는 사회안전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무업 청년들의 '연결'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지지 기반에 주목한다.
이에 니트생활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닛커넥트',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는 '니트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하며 지속 가능한 선순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다. 이와 관련하여 전 대표는 니트인베스트 운영을 위한 프로젝트 펀딩을 진행했을 때 후원자의 절반가량이 이전에 니트생활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임을 전하며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료이자 주체로 만들어 가는 것이 순환 연결고리의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액터스 코리아 이고은 사무국장은 '알럼나이 네트워크와 경험 자산을 연결하는 성장 플랫폼'으로서, 일대일(1:1) 온라인 멘토링을 위한 알럼나이 모집 및 온보딩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 인사이트(EN.SIGHT)를 소개했다. 인액터스는 대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사회·환경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함으로써 공동체에 기여하는 미래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이 사무국장은 플랫폼을 개발하며 겪은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나누는 한편, "플랫폼을 통해 미래세대가 온보딩되면 핵심 기능들을 활용하여 프로젝트 실행을 가속화하고, 좋은 콘텐츠와 성장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프로젝트 경험과 성공률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들이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내는 기업가를 양성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사이트 플랫폼이 구축한 선순환 구조를 설명했다.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청년희망팩토리) 강기훈 이사장은 '조치원 지역살이 선순환을 만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청년희망팩토리는 '캠퍼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역의 공간과 자원을 알리는 '네스트캠퍼스' 사업을 시작한 터. 이와 관련하여 강 이사장은 "지방이 가진 열등감을 어떻게 효능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우리의 고민이었고, 지역의 가능성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년희망팩토리는 '캠퍼스'라는 개념으로 마을의 공간, 인적 자원, 물적 자원을 연결하고자 했다.
강 이사장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 때 고려할 점으로 ▲커뮤니티 참여자에게 소속감 및 정체성 부여 ▲지역 내 기존 커뮤니티와의 연계 ▲참여자를 통한 임팩트 인지 및 지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을 언급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지역인 만큼 사람이라는 자산이 중요했고, 그래서 참여자와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계자, 알럼나이, 주민들과 함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임팩트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3부 인사이트 토크는 '확장'이라는 열쇳말로 이어졌다. 사단법인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현재 뉴웨이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드래프트 2024'(내년 총선에 도전할 청년 정치인을 찾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우리의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박 대표는 뉴웨이즈의 이해관계자인 유권자와 정치인을 각각 협력자와 수혜자로 지칭하며 "협력자를 통해 수혜자를 모으고, 동시에 협력자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수혜자를 적극적으로 모아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뉴웨이즈는 드래프트 2024를 위한 설문과 프로모션 영상 제작 등의 홍보를 진행했고, 그 결과 548건의 후보자 추천과 43건의 후보자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기존처럼 수혜자와 협력자를 따로 모아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자를 통해 새로운 수혜자를 발견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자 또한 만들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아울러 이러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의사결정권자가 당선되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메시지도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의 발표 주제는 '온·오프라인 연계하여 캠페인 효과 높이기'로, 비영리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캠페인 방법 및 형태를 경험에 기반해 설명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의류 교환 행사인 '21% 파티' 등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조직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 토론회, 성심당문화원에서의 캠페인 등 애드보커시 캠페인 ▲21%파티 개최지 온라인 투표 등 온라인 캠페인 ▲전국 21% 파티의 달 개최 등 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운영했다.
정 대표는 이상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남은 과제로서 패션재고폐기금지법 통과, 캠페인 지지자들과 지역 조직들의 파트너십,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 등을 꼽았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의생활이 가능한 국가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 가고, 의류를 교환하고 수선해서 입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비영리IT지원센터 정지훈 이사가 '진짜 비영리 현장에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특히 정 이사는 이제 비영리조직에 IT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영리IT지원센터는 '더 사이다 클래스'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고, 공익활동가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총 11개 주제의 온라인 클래스를 제작했다.
정 이사는 더 사이다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특징으로 고객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 비영리 활동의 실제 사례 적용 등의 특장점이 있다고 밝혔으며, "디지털 기술은 개인의 커리어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관련한 HRD(인적자원개발) 서비스는 거의 없다. 향후에는 우리가 비영리 영역의 디지털 HRD를 책임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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