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人이 말하는 한국 사회의 위기 징후, 그리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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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人이 말하는 한국 사회의 위기 징후, 그리고 민주주의
제1회 민주주의랩 컨퍼런스, '위기의 시대, 담대한 전환' 주제로 개최
인구소멸·이주민·차별과 혐오·돌봄과 복지·기후와 경제·플랫폼 노동·시민감시·사회운동·지역 커뮤니티·정치와 존중 등 10개 부문 이그나이트 진행
  • 2023.11.22 18:04
  • by 노윤정 기자
▲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 이그나이트 섹션에 참여한 연사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 이그나이트 섹션에 참여한 연사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민주주의의 위기, 최근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가장 이상적인 정치 제도라고 합의한 정치 체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와 민주주의는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된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에서는 '위기의 시대, 담대한 전환'이라는 주제로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사회·정치적 의제와 민주주의를 지탱할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다시 축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처음 열린 '민주주의랩 컨퍼런스'는 노회찬재단, 세교연구소, 지리산포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노무현재단이 공동 주관하며, 다양한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전환의 시대'를 위한 공동 의제를 만들고 확산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14일 이그나이트 프로그램에서는 '담대한 전환'을 위한 전략을 시민에게 직접 듣는다는 의미로, '위기의 시대를 말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인구소멸 ▲이주민 ▲차별과 혐오 ▲돌봄과 복지 ▲기후와 경제 ▲플랫폼 노동 ▲시민감시 ▲사회운동 ▲지역 커뮤니티 ▲정치와 존중 등의 부문에서 10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각 부문 연사들은 한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해 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먼저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를 분석하며, 인구 구조 변화와 그에 따라 발생한 위기를 진단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복지 제도가 당면한 과제로서 복잡한 구조의 비정형 노동, 가족 기능의 공백, 지속 불가능한 성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체제 전환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고용상의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기반 사회보험을 소득기반 사회보험으로 전환' ▲국가가 가구가 아닌 개인을 직접 지원하는 '개인기반 복지국가로 전환' ▲녹생성장, 과도한 소비를 제한하는 소비 개조, 탈성장 등의 과제를 가진 '기후위기 완화 복지국가로 전환' 등을 주장했다.
 

▲ 부티탄화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부티탄화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부티탄화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은 베트남 출신 이주민으로서, 한국 사회에 이주민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주민은 한국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시민"이라고 말했다.

부티탄화 회장이 속한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는 이주배경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고 함께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결성한 단체다. 지난 2019년 한 지자체장이 이주배경청소년을 두고 '잡종 강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규탄시위가 일어났고, 부티탄화 회장은 당시의 경험이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단체를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나와 친구들은 외국에서 온 불쌍한 여성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와 동정이 아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적 존재로서의 존중이다"고 말했다.
 

▲ 변재원 전(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변재원 전(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어 변재원 전(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차별과 혐오, 민주주의와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권리는 차별과 혐오를 저지하는 인간 존엄의 현실적 단서라고 생각한다"며 권리에 대해 논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존엄이란 개념이 추상적이고 거대하기에 그것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명시한 것이 권리이고, 그렇기에 "권리는 공리(功利)가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한 변 전 정책국장은 권리가 민주주의 이념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라는 점을 근거로 들어 "정치는 권리를 그 어떤 영역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다. 권리보다 공리가 앞서고 있다. 우리가 담대한 전환 앞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권리를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권리가 가만히 있으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개념인지,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으며, 자신의 저서인 '장애시민불복종' 속 "우리 없이 우리의 문제가 정의될 때, 우리가 동정심의 대상으로 취급될 때, 우리가 사라질 때,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문구를 인용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김혜미 전(前)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김혜미 전(前)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돌봄과 복지를 열쇳말로 발표를 이어간 김혜미 전(前)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는 "돌봄의 위기일까, 돌보지 못하는 공동체의 위기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그는 노인빈곤, 노인산업재해, 노인자살 등의 노인 문제, 그리고 불평등 문제가 기후위기와 결합되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이야기했다. 김 전 간사는 주거 환경이 열악할수록 폭우에 취약하고 일터 환경이 열악할수록 질환 발생 비율이 높다는 점 등을 지적했으며 "공동체가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존엄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어떻게 돌봄을 고민해야 할지 묻고 싶다. 돌봄 위기 문제도 공동체 회복의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공동체 회복은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민주주의의 실력, 다양한 사회 위기에 대응하는 민주주의의 능숙함에 달려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조천호 박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조천호 박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조천호 박사(前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기후와 경제의 상관관계, 그리고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날은 전 세계 산업계에 RE100, 탄소세와 같은 개념이 도입되고 기업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시대다. 이에 조 박사는 "대한민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경제위기가 찾아올 나라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개인의 선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하는 행동이 개인에게도 더 편리하기에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이기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은 이기적인 세상이 아닐지, 나도 이기적이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공동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이타성을 믿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런 용기만이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주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고 전했다.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다음 연사로 나선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고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전환을 위한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 테일러리즘(노동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측정하고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는 '테일러리즘'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형태)을 언급하며 "플랫폼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노동을 데이터로 만들고 알고리즘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전통적 기업이 지던 책임마저 지지 않게 됐다.

이에 박 국장은 초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해지되는 '초용직'의 탄생을 이야기하며 "노동사회에서 추방당한 노동자들의 주권을 회복하지 않으면 미래의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것이다"며 "그래서 추방된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경숙 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조경숙 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스스로를 '테크-페미 활동가'라고 소개한 조경숙 씨는 "기술 발전은 정말 좋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민감시를 통한 기술 발전 제재를 주장했다. 그는 과학기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가 말한 "기차는 철도가 있어야 달릴 수 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기차는 기술을 비유한 말이다. 기술은 철도 없이는 달려갈 수 없다. 철도는 기술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과 선로가 깔리길 바라는 욕망들이 쌓여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나는 우리에게 기술 발전을 막을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기차'가 아니라 선로의 존재를 바라보고 욕망을 바라볼 수 있다면, 막을 수 있다. 시민감시를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감시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위라고 강조하며 "관심 있는 주제를 찾고, 자료를 모으고, 해당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시민감시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러다이트(19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기계 파괴 사회운동)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시민들의 실천적 행동을 독려했다.

 

▲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어진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의 발표 주제는 '알권리와 사회운동'이었다. 조 사무국장은 권력 기관의 정보 비공개,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의 문제를 지적했으며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운영하는 '오픈와치' 사이트(선출직 공무원의 정보 제공),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 사이트(고용노동부 정보와 워크넷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재해기업 정보 공개)를 실례로 들었는데, 해당 사이트의 특징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어 조 사무국장은 "정부가 가진 정보뿐 아니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기업의 정보도 공개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공정보를 넘어 공익정보의 공개를 외치고 있다"며 "정보 공개 운동은 또 다른 시민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공익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모으고 그들을 연결하기 위해, 데이터 기술을 더 건강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을 전했다.

 

▲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는 커뮤니티 자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경제적 자본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듯이 비경제적 자본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대표는 제주도에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해온 경험을 공유하며 "배척과 갈등이 환대와 호의로 바뀌려면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내가 제주에서 한 일은 제주 안의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하고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서, 서로 알아가고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나니 제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국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삶 기술'로서 커뮤니티엑스 웨이(Community X Way)라는 개념을 고안하며 "서로 다른 커뮤니티의 경계에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세대 간, 지역 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발견하고 참여하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창조함으로써 내 삶의 의미도 끊임없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이 커뮤니티와 관계 맺으며 주체가 되면 지역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 강남순 텍사스 기독교 대학교 교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강남순 텍사스 기독교 대학교 교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마지막으로 강남순 텍사스 기독교 대학교 교수는 '정치와 존중'이라는 열쇳말로 우리가 전환의 시대를 어떻게 조명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변혁은 개별성의 윤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떤 위대한 변혁이라도 한 개별인에 대한 따스함이 없다면 교조주의에 빠지기 쉽고 위기에 위계를 설정해 버린다"며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대한 전환'의 기저에 놓이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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