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권 민주 정치' 원칙이 깨지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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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권 민주 정치' 원칙이 깨지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온라인 수요 공개강좌' 두 번째 강의,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 2024.01.23 10:00
  • by 정화령 기자

18세기 프랑스의 독창적이고 위대한 철학자 장 자크 루소. 그의 사상은 처음 주목받은 계기인 '학문예술론'을 비롯해 ▲인간 불평등 기원론 ▲사회계약론 ▲에밀로 대표된다. 지난 17일 오후 진행한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자유와 공정의 사상'에서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관해,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오수웅 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17세기 사상가이자 정치 전략가인 존 로크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시간에 이은 두 번째 온라인 세미나이다.

 

▲ 오수웅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오수웅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상공업과 도시가 막 성장하기 시작한 루소의 시대에는 전통적 신분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매관매직이 만연하고 귀족들도 왕에게 잘 보여 한자리 얻으려는 현상도 흔했다. 루소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학문과 예술을 무기 삼아 자신으로 치장하는 가식적인 행위를, '자기 편애(amour-propre)'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귀족과 부르주아뿐 아닌 모든 사람에게 자기 편애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옳은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가 의도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그리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치 질서란 뭘까?"

그 해답으로 루소는 입법과 집행을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회계약'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어느 국가를 이야기할 때 그 행정부를 떠올리는 경향이 강하다. 17~18세기에도 '통치권을 행사하는 소수'를 국가로 여겼다. 루소는 이걸 불평등하고 비합리적이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국가는 곧 국민이라 정의하고 구성원의 동등한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의회 형태로 사회계약을 이룬다. 

사회계약에 따라 만들어진 법으로 국가를 통치하지만, 국가는 법 자체가 아니라 '법을 만드는 입법권'에 의해서 유지된다. 오 교수는 "법치주의에서 강조하는 법보다, 주권자가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력이 더 상위의 힘이다. 강자와 부자가 주권을 가진 시민의 힘을 배제하던 상황을 뒤집고, 연합하여 법을 만드는 활동이 국가이자 입법권이자 주권"이라고 루소의 이론을 정리했다.

하지만 국민 주권으로 의회가 구성돼도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 없다. 앞서 거론된 자기 편애로 인해 만장일치가 나오기는 어렵기에, 루소도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회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연합 형태인 정당을 구성하고, 결국 파벌과 거대 정당으로 번지면 그 역시 국민의 일반 의지가 아닌 사적 의지에 불과하다. 오 교수는 이 상황을 "초선 의원이 다선 의원에게 강하게 이야기할 수 없고, 신입 당원이 당 대표를 비판할 수 없다. 특정 정당에 속해서 당의 기조와 반대 이야기를 주장할 수 없다. 동등한 관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맞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라고 현대 정치로 빗대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벌이 생기고 형평의 원칙이 깨지면 입법권의 타락이 일어나서 사적 의지가 공적 의지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자는 사회계약이 파기되면 그 권리를 이양받은 의회와 정부는 붕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처음에는 공동의 이익과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모였을지라도, 사적 이익을 주장하고 법을 지키지 않아서 이득을 취하려는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모든 정치는 죽어간다"라는 루소의 이론을 전하며, "그 결과 역사적으로 매번 정부 축소나 붕괴가 일어난다. 주어진 이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관이 있을 때, 그 수만큼 정부는 쪼개지고 붕괴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의 왜곡과 비합법적인 상황이 만연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다시 사회계약을 하는 처음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 상태를 막기 위해 그는 "헌법에 부합하는 덕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성찰해야 우리의 대한민국이 계속 건전하고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여 모두에게 기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진행 화면. ⓒ온라인 갈무리.
▲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진행 화면. ⓒ온라인 갈무리.

강의를 마친 오수웅 교수에게 '루소의 어떤 점이 좋아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왔는가?'라는 질문에 "루소의 고백록을 보면 자신의 타락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상당한 모순을 안고 있고, 그걸 어떻게든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보이며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진리를 찾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라고 답변했다. 그의 강의 기고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와 라이프인, 소셜임팩트뉴스가 함께 운영하는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자유와 공정의 사상'은 오는 2월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9시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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