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팩의 재활용, "수거 늘리도록 구조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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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팩의 재활용, "수거 늘리도록 구조부터 바꿔야"
제4차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 포럼 열려
  • 2024.01.25 17:46
  • by 정화령 기자

재단법인 '숲과나눔'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재활용률이 낮은 종이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종이팩 중에서도 멸균팩은 사용과 출고량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 점에 주목해서 지난 24일, 서울시 서초구의 숲과나눔 대강당에서 '멸균팩 재활용 현황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

 

▲ 김광진 이사. ⓒ라이프인
▲ 김광진 이사. ⓒ라이프인

먼저 테트라팩코리아 김광진 이사가 '저탄소 순환 경제에서 멸균팩이 할 수 있는 역할'에 관해 발제했다. 테트라팩은 멸균팩의 고유명사로 인식될 정도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멸균팩 생산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1,930억 개의 테트라팩이 판매됐다. 김 이사는 "이전에는 포장 용기를 만들 때 판매를 위한 홍보를 주로 고려했는데, 최근에는 많은 기업에서 환경에 관해 신경 쓰고 있다"라며 테트라팩도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온실가스의 약 ⅓이 식품 시스템에서 배출된다. 그래서 식품 산업 구조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며, 장기간 보존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포장재가 주목받고 있다"는 상황도 이야기했다. 

현재 테트라팩의 뚜껑 소재는 화석연료가 아닌 사탕수수 추출물로 모두 대체했다. 또한 지금보다 더 재생할 수 있는 포장재로 거듭나기 위해 연간 1억 유로(약 1,400억 원)를 사용하고 있으며, 재활용 설비에도 430여억 원을 투자했다. 테트라팩은 종이가 75%, 폴리에틸렌 21%, 알루미늄포일이 4~5% 정도로 구성된다. 하지만 그중 가작 적은 비중인 알루미늄이 탄소 배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알루미늄의 대체 원료를 찾거나 사용량은 줄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 이사는 "포장재를 만드는 단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수거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전체 종이 배출량 대비 종이팩 비율이 너무 낮아서 선별 수거 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28,600t의 멸균팩이 배출됐는데 900t이 수거됐고, 재활용은 그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중 아이쿱생협에서 절반을 수거했다"라며 훨씬 더 많은 양이 모여야 함을 강조했다. 멸균팩을 택배로 직접 수거하거나 대형 유통 매장에 수거함을 설치하여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면서 "하지만 아파트에 별도 수거 시스템을 갖추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일반팩과 멸균팩의 선별이 어려웠으나 재활용 업체에서 광학선별기를 도입하고 있어, 앞으로 재활용률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또한 지금은 양이 너무 적어 폴리에틸렌과 알루미늄 재활용이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재활용 품목이 등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가 함께해야 어려움에 부닥친 멸균팩 재활용이 극대화할 것"이라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 전복경 CEO. ⓒ라이프인
▲ 전복경 CEO. ⓒ라이프인

자연라이프에서는 자연드림에서 판매하는 생수의 멸균팩을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기업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복경 자연라이프 CEO는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연간 100병 정도의 생수를 마신다.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위험을 줄이고자 멸균팩에 생수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에버보드(Everboard)라는 기업과 그곳에서 기술을 전수한 뉴질랜드의 세이브보드(Saveboard)에서는 멸균팩을 압축하여, 기존에 주로 쓰이는 MDF를 보완하는 건축자재를 생산한다. 자연라이프에서도 건축 자재인 '자연드림 보드'를 개발하고, 우수한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전 CEO는 "생수만을 담았던 멸균팩이라 오염이 없어 더 활용하기 쉽다. 자연드림 매장에서 회수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환경부의 '재활용 어려움 표기' 정책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예상된다"라며, 현재 자원 업사이클을 위한 제도가 없는 문제를 지적했다. 

 

▲ 홍수열 소장. ⓒ라이프인
▲ 홍수열 소장. ⓒ라이프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최근 몇 년간 시민의 노력으로 종이팩의 재활용 위상이 높아졌다. 환경부가 이전처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재활용 체계를 지금과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비자의 분리배출보다는 회수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멸균팩은 '종이'가 아니라 '용기'로 접근해야 한다. 골판지에 섞어 일부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버리기보다 종이‧폴리머‧알루미늄을 구분해서 재활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멸균팩이 재활용 되느냐?'고 질문하는데 한솔제지와 같은 대형 제지사에서 '원활히 모이기만 하면 양과 관계없이 재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충분한 양이 모이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멸균팩은 기술적 쟁점과 경제적 쟁점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 제지회사가 쓰지 않는 건 경제적 이유에서다. 멸균팩을 제지 원료로 쓰도록 하려면 경제적 조건을 맞춰줘야 하는 것"이라며 회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폐지 재활용 회사가 아닌 용기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하고, 일반팩과 멸균팩을 자동 선별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선별 라인 한 곳에 4~5억 정도를 투자하면 연간 3천 톤 이상을 소화할 수 있고 전국에 열 군데만 설치하면 4만 톤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모든 발표가 끝나고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의 진행으로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장 이사장은 "숲과나눔에서 풀씨 프로젝트로 종이팩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기 시작했다. 시민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움직이면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결국 정부도 거기 맞춰 제도를 시행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가자의 질의응답에 발제 및 토론에 참여한 패널이 답하면서 이날 포럼이 마무리됐다. 

 

▲ (왼쪽부터)장재연 이사장, 홍수열 소장, 김광진 이사, 전복경 CEO. ⓒ라이프인
▲ (왼쪽부터)장재연 이사장, 홍수열 소장, 김광진 이사, 전복경 CEO.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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