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심가득] 여성·싱글·영케어러…누가 가족 돌봄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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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심가득] 여성·싱글·영케어러…누가 가족 돌봄을 하고 있을까
라이프인, 돌봄 연구자 조명아 씨와 함께 '2024 社심가득한 수다회-가족이 가족을 보살핀다는 것' 진행
돌봄 부담의 '여성에서 여성으로의 이동'…"남성 돌봄자의 수 증가했으나 여전히 딸과 여성 배우자에 의한 돌봄이 강력"
"영 케어러를 비롯한 다양한 돌봄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
  • 2024.02.11 10:00
  • by 노윤정 기자

고령화 및 출생률 감소,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돌봄 수요는 다원화되고 있다. 그러나 돌봄에 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충분히 강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가정과 개인에게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사회적 돌봄'을 주제로 돌봄 현안 파악 및 문제진단, 해결책 모색 등을 논의하는 '사(社)심가득' 기획을 진행한다. '社심가득'이라는 제목에는 사사로울 사(私) 자가 아닌 모일 사(社) 자를 사용하여, 온 사회가 마음을 모아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 누구도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궁극적으로 '사(社)심가득' 기획을 통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안전장치로서 돌봄의 가치를 되새기고, 돌봄 제공자의 삶을 보장할 방법을 모색하며, 돌봄이 공적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 주]

 

▲ 조명아 씨. ⓒ라이프인
▲ 조명아 씨. ⓒ라이프인

인구·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돌봄의 위기가 가중되며 공적 돌봄 서비스는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돌봄 부담의 상당 부분이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특히 가족 내에서도 전통적으로 주된 돌봄 제공자로 인식돼 온 여성의 돌봄 부담 비중은 현저히 높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부모 등 가족을 위한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청년들, 즉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라이프인 '사(社)심가득' 첫 번째 이야기 '2024 라이프인 社심가득한 수다회-가족이 가족을 보살핀다는 것'이 지난 2일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명아 씨(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수료)가 '교차성 관점에서 본 다양한 가족돌봄자: 젠더와 영 케어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주체들은 누구인지와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살펴봤다.

조 씨가 제기한 첫 번째 질문은 "왜 여성은 돌봄을 하게 됐을까?"였다. 그는 이 문제에 답하기에 앞서,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1998-2020 노부모 부양 책임자, 가족 내 노인부양 책임자)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시행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노인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로 이전되고 있으며, 노인 돌봄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자에 의한 돌봄'은 점차 줄어들고 '자녀에 의한 돌봄' 비중은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그러나 돌봄 대상의 성별을 나누어 살펴봤을 때, 주 돌봄자의 정체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한다. 남성 노인의 경우 배우자가 주 돌봄자를 차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여성 노인의 경우 점차 딸에 의한 돌봄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조 씨는 "남성 노인의 돌봄이 여성, 특히 여성인 배우자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과 젠더 불평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녀 돌봄이 증가하며 아들 돌봄(남성 돌봄)의 비중 또한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이 돌봄 노동의 주 수행자인 셈이다. 전통사회에서 며느리에 의해 수행되던 돌봄이 여성 배우자, 딸에 의해 수행되는 현상을 조 씨는 '여성에서 여성으로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에 의한 돌봄은 의무나 규범적인 요인보다는 부모와의 관계, 친밀성, 부모를 돌볼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상황과 같은 맥락적 요인이 강하게 작동한다"고 부연하며 딸에 의한 돌봄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돌봄을 수행하고 있을까? 조 씨는 '돌봄의 여성화'를 설명하며 "돌봄은 임금을 받고 수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문화·사회적으로 꾸준히 여성의 일로 규정되고 있다. 돌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성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인식에 기반한 사회적인 기대와 의무 때문에 여성이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낭만적인 이성애'라는 개념을 짚으며 "여성은 남성과 가정을 형성하고 그 가정 안에서 아내, 어머니로서 돌봄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싱글 돌봄'(여기에서 싱글이란 비혼자와 이혼 등의 사유로 배우자가 없는 상태를 의미)에 관하여 설명하며 "싱글 돌봄의 가장 큰 문제는 '독박 돌봄'의 문제도 있지만 '돌봄 이후' 또한 문제다. 돌봄 과정에서는 사회적 지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다. 그런데 (돌봄 시설 입소, 돌봄 대상자의 사망 등의 사유로) 돌봄 종료 후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재산, 부모의 연금을 돌봄에 투입했다 보니 '돌봄 파산'이 일어날 수도 있고, 경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다시 사회에 복귀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돌봄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를 이야기하며 "인륜적인 면에서는 공백기를 이해할 수 있지만 임금 노동 측면에서는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온라인 화면 갈무리.

다음으로 조 씨는 영 케어러 문제를 짚었다. 그는 영 케어러를 '자립하기 어려운 가족원을 돌보는 아동·청소년, 청년'으로 정의했다. 또한 아이 돌봄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성인 돌봄(간병)의 특성을 설명한 뒤 ▲경쟁에서의 탈락 위기(현재의 돌봄 부담이 향후 기회와 선택의 폭을 좁히고 미래소득 및 생활 안정 악화로 이어지는 '영 케어러 패널티') ▲형제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부모 돌봄 부담 가중 등의 어려움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조 씨는 "조금 더 다양한 돌봄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으며, 영 케어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전통사회와는 달라진 돌봄 형태 인정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통한 접근 와해 △한국 사회의 인구 변동  △청년의 돌봄 당사자성 인정 등을 꼽았다.

또한 "돌봄자의 돌봄 행위와 삶이 양립하기 위해, 돌봄이 끝난 위한 이후의 삶에도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며 돌봄자의 미래를 보장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돌봄 대상자만큼 돌봄자에게도 집중해야…돌봄자의 돌봄과 삶이 양립 가능해야

▲ 조명아 씨(좌),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 ⓒ라이프인
▲ 조명아 씨(좌),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 ⓒ라이프인

이후 좌장인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과의 대담이 이어졌다. 영 케어러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현상에 관해 "영 케어러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아동, 결손가정 아동 같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말하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조부모 돌봄을 할 때 그들의 돌봄 행위를 궁금해하기보다 그들의 힘든 점과 그들에게 무엇을 지원해줄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늘날에는 돌봄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정치·사회적으로 청년 담론이 강해지면서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돌봄이 더 주목 받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돌봄이 경시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논했다. 조 씨는 돌봄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로서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노동을 수행할 때 자신의 행위가 노동이라는 인식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까닭은 노동력을 대가로 임금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돌봄의 경우,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 안에서) 돌봄을 제공하더라도 임금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만연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가정 밖에서는 낮은 임금의 인정, 가치 저평가로 이어지며 돌봄을 경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씨는 돌봄의 비가시성 문제에 대해 "구조의 문제인 것 같다. 사회 자체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며, 생산성이 있길 요구한다"며 "그런데 돌봄은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돌봄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이유를 부연했다.

갈수록 가중되는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안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조 씨는 그 방안 중 하나로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와 공동체 돌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지난해 최초로 발의된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맞춘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조 씨는 '좋은 돌봄'의 요소로서 돌봄 대상자와의 관계, 소통을 강조한 뒤 "단순히 돌봄 대상자의 욕구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면서 소통하면 좋을 것 같다"며 치매 환자(돌봄대상자)의 인권과 인간다움을 존중하는 돌봄 기법인 휴머니튜드 케어 기법을 예시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돌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대담을 마쳤다. 조 씨는 "기존에는 돌봄 대상자를 위한 정책 지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돌봄자에 대해서도 집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돌봄자가 돌봄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더하여 돌봄과 삶이 양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돌봄자에게 주목하고 그들이 공론장에 나와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조명아 씨 발제 및 대담 전체 내용은 영상(☞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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