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커뮤니티, 돌봄...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홍반장?아니, '마을발전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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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커뮤니티, 돌봄...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홍반장?아니, '마을발전소'에!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장난감병원 '장난이 아니야'
  • 2021.11.10 09:00
  • by 김정란 기자
▲ 마을발전소 장난감병원 '의사'들이 장난감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 마을발전소 장난감병원 '의사'들이 장난감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최근 드라마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기억하는지. 홍반장이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휘두르던 수십 장의 자격증은 없었겠지만, 우리 어릴 때도 동네에 뭐든 잘 고치고, 어떤 일이든 잘해 사람들에게 인기 좋은 홍반장 같은 아저씨, 아줌마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사라진 걸까? 

동작구 상도동에서 홍반장을 찾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마을의 일을 함께해나가는 일을 만드는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은 상도동의 '홍반장'들이 모인 곳이다. 지난 2015년 공동체 모임에서 시작하여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난 마을발전소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텃밭 활동을 통해 생태 환경을 만들어가는 꼬마농부교실, 음식을 나누며 온기를 나누는 할머니밥상, 두런두런 골목길 해설사 등 마을발전소가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기 전부터 마을 사람들과 꾸준히 해왔다.

2019년 상도어울마당 2층에 자리 잡은 아이들 놀이공간 운영을 맡으면서는 '장난감병원'을 개원했다.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도록 만들어가는 마을발전소 활동에 '자원 순환'까지 더해졌다. 말 그대로 동네에서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이웃들과 함께 풀어가며,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지역을 이어가며 발전하고 있다.

장난감병원의 처음은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김영림 활동가(이하 '림')는 "처음 이 공간이 생길 때 정말 비싸고 좋은 장난감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며칠 지나다 보니 하나둘씩 망가지기 시작하더라. 재활용하려고 했더니 재활용도 안된다고 했다. 동네를 다니다 보니 버려진 장난감들이 많았다. 망가져서 버리려고 한 것보다 아이한테 필요는 없는데 동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줄 데가 없으니 그냥 버리는 거였다"고 돌아봤다. 그럼 이것들을 고쳐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아이들의 장난감을 어르신들이 고쳐보면 어떨까 했던 것이 '장난감병원' 개원으로 이어졌다.
 

■ 장난감 치료? 아이들 마음도, 어르신 마음도

장난감병원은 디즈니사(The Walt Disney Company)의 애니메이션 '꼬마의사 맥스터핀스'처럼 고장 난 장난감들을 다시 고쳐주는 곳이다. 아니, '치료하는 곳'이다. 고장 난 장난감 뿐 아니라 여기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자존감,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까지도 치료, 치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에는 장난감병원협회가 있을 정도로 이미 조직화돼 있다. 1996년 조직된 이 협회를 중심으로 장난감병원을 소개하고, 장난감닥터 양성 강좌, 지역 강좌 개최, 보급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난감병원은 망가진 장난감을 고쳐 자원 절약을 하는 동시에 이 일에 참여하는 이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르신들이 장난감 치료를 연마 중인 현재는 수리비가 무료 혹은 후원 수리로 진행되고 있다. 차후에는 구독 경제 회원 형태로 연 10만 원에 가정 소독, 연극 초대, 장난감 무상수리 등을 묶은 패키지를 내놓을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마을발전소의 장난감병원 '장난이 아니야!'도 점차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역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동네를 바꿔나가고 있다. 시간을 의미있게 쓰고 싶었던 어르신들은 의사가 될 수 있었다. 마을발전소에서는 여기저기 수소문해 어르신들이 장난감을 고칠 수 있는 간단한 기술들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기계를 분해해 고치기도 하고, 터지고 헤진 인형을 되살리는 방법도 배웠다. 이 과정에서 노인인권교육, 퍼스널 컬러 이미지 메이킹 등 어르신들이 마을 주민들과 만날 때 필요한 소양을 갖추도록 돕기도 했다.
 

▲ 마을발전소 활동가 '림'이 동물인형캠핑을 화상중계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 마을발전소 활동가 '림'이 동물인형캠핑을 화상중계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 버리지 않는 것만큼, 아끼는 마음도 중요해

장난감병원에서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장난감을 고쳐주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을 심어주고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활동도 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인형캠핑' 같은 것들이다. 장난감병원에서 버려진 인형들을 잘 치료하고 다듬어 아이들이 '입양'해 새로운 가족이 되면, 함께 1주일을 살면서 이름도 지어주고 함께 놀다가 장난감병원으로 '캠핑 보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 과정은 코로나19로 부득이 화상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소통한다. 화면 속 자신의 동물 인형 장난감을 본 아이들은 내 소중한 장난감이 잘 지내는지 지켜보면서 책도 읽어주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퀴즈도 풀면서 새 가족이 된 인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림은 "아이들이 서로 화면 속 자기 동물 인형을 더 잘 잘 수 있게 이불을 잘 덮어달라거나 깜깜하면 무서워하니까 작은 등을 켜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렇게 의미를 더한 장난감들은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마음 터놓을 친구가 된다.

장난감의 주인은 아이들이니 그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아이들은 새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냐"는 말에 활동가 림은 "아이들에게는 처음 본 게 새 거다"라고 했다. 거창한 선물 포장을 하고 비싼 값을 치른 것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활동은 이론 교육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물건도 생명처럼 쉽게 정드는 아이들은, 장난감을 쉽게 버릴 수 없어진다. 싫증 나면 휙 던져버리던 장난감이 추억 어린 애정 가득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마을발전소에서는 그래서 앞으로 친환경 장난감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물건에 대한 애정, 아껴 쓰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어르신들에게 '자원순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껴 쓴다'는 것이 몸에 밴 우리 윗세대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는 자원순환에 본인이 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전에는 어렵게만 들리던 '자원순환', '친환경'이지만, 당신이 하는 일이 그런 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런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어르신들은 의사 가운을 입고 이름이 적힌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한다. 어르신 중 특히 할머니들은 "얼마 만에 찾은 이름 석 자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정말 기뻐하신다. 종종 기부받은 장난감을 고쳐 폐지 줍는 어르신들께 선물하니, "손주에게 줬더니 할아버지 위신이 서더라"며 흐뭇해하시기도 한다고. 이런 반응은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선물이기도 하다.

■ 지구를 건강하게,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장난감을 고치고, 이를 위해 만나는 일은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무료로 고쳐줘도 민원 들어오는 게 이 일이다. 왜 하려고 하냐" 부터 "망할 것"이라는 거침없는 돌직구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발전소는 "수익이 안 나와서 망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남지 않나? 사람들이 남으면 우리는 안 망한 것"이라는 것. 택배 등 비대면이 아닌 직접 찾아오는 대면 서비스를 고집하는 것도 '관계'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관계의 힘은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활동가 림은 "몇 년 전 한 엄마가 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돈 모아서 이사가는게 꿈이라는 말을 들으며 오래오래 살고 싶은 동네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마을발전소 있어서 여기를 못 떠나겠다'며 애정 어린 투정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림과 마을발전소는 앞으로도 상도동의 홍반장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주민들과 부대끼며, 오래 살고 싶은 마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을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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