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들에게 보내는 '꽃피어날' 마을의 초대장, '마음돌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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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들에게 보내는 '꽃피어날' 마을의 초대장, '마음돌봄 다이어리'
박한슬 꽃피어날 대표 인터뷰
  • 2022.06.14 15:00
  • by 이새벽 수습기자
▲ 꽃피어날 로고. ⓒ꽃피어날
▲ 꽃피어날 로고. ⓒ꽃피어날

자립준비청년을 아는가?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어 자립하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보호자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자라야 했지만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청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이 공허하고, 갑작스레 홀로 서야 하는 현실 앞에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들이 사회에 자신의 두 발로 당당히 서고 걸어갈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거주, 경제 활동 등 다방면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며 심리 및 정서적 지원 역시 중요하다. 

여기, 자립준비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꽃피어날'의 박한슬 대표. 그는 조손 가정에서 자라며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과 원예치료를 공부했으며, 자립준비청년들이 더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심리활동 워크북 '마음 돌봄 다이어리'를 제작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소셜벤처, 꽃피어날의 박 대표를 만나 기업의 설립 배경과 목적, 설립 이후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박한슬 꽃피어날 대표. ⓒ라이프인
▲ 박한슬 꽃피어날 대표. ⓒ라이프인

Q. 왜 자립준비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조손 가정에서 "쟤는 엄마가 없어서 그래"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물론 그 말은 나를 위한 말이었지만 자라면서 큰 억압이 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라도 계셔서 든든하게 의지하며 지낼 수 있었지만 '할머니 같은 존재조차 없는 친구들은 얼마나 더 힘든 상황에서 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 갖게 됐다. 그 친구들이 사회에 나오고 기댈 곳이 없어서 마음이 힘들어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고 들었다. 결핍된 환경에서 자라면서 억압과 스트레스를 받은 친구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하지만, 내가 심리학을 공부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 이 방면으로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마음 돌봄 다이어리' 패키지. ⓒ라이프인
▲ '마음 돌봄 다이어리' 패키지. ⓒ라이프인

Q. '마음 돌봄 다이어리'는 심리활동 워크북인데 게임과 스토리를 접목한 방식이 특이하다. 도입된 스토리는 무엇이며, 왜 게임 방식을 넣게 되었는가?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때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정말 침대 밖을 벗어나는 것, 씻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다. 그때 친구들이 "밥은 꼭 먹어. 잠깐 모자라도 쓰고 하늘만 보고 와"라는 조언을 해 줘서 힘을 내어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우울한 상태가 계속되면 친구들에게 너무 의존하게 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 자신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마음 학습지 같은 것을 보거나 책을 사거나 했다. 그런데 내 마음에 활력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것을 읽고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의 것을 사서 보니 빽빽한 글 속에서 엄청난 것들을 쓰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데 힐링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됐다. 그래서 끝까지 하지 못하고 책장에 넣어둔 경우가 많았다.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사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을 때 그 경험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 친구들이 집에서 쉽게 재밌게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주면 자기를 돌아보면서 다독이고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재미있는 활동의 워크북을 기획했다.

Q. '마음 돌봄 다이어리' 속의 '노란 머리 여행자'는 누구를 모티브로 제작했는가?

사진 속의 어린 나는 정말 쾌활하고, 잘 웃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좋아하고, 활동적이었다. 친구들이 '너는 왜 이렇게 하는 것이 많으냐'고 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지냈는데, 현재는 그렇게 지내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매일 회사와 집만 오가고 TV나 SNS만 보거나 자는 패턴이 반복되고, 주말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고민할 정도로 에너지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옛날을 돌아보니까 '나는 이랬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면을 쓰기 이전의 원래 모습과 현재 모습이 달라졌다고 느낄 것 같아서 '마음 돌봄 다이어리' 속 주인공을 만들었다. 번아웃에 빠져서 힘들게 지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옛날 사진을 보게 되고, 쾌활하게 웃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진 속 모습을 보고 '이때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의 나는 정말 나인가?'를 생각할 때 꽃피어날 마을의 초대장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마음 돌봄 다이어리'를 통해 '꽃피어날 마을'로 잠깐 휴식여행을 떠나면서 정말 내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즐겁게 체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짰다.

Q. 제품 및 서비스의 대상이 초반에 비해 확장된 것 같다. 자립준비청년에서 MZ세대 청년으로 넓힌 이유가 있는가?

소셜벤처이다 보니 수혜자와 수요자가 조금 구별된다. 수혜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립준비청년들을 포함한 취약청년들로 삼고 있다. 그 친구들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업이 잘 운영되고 수익도 창출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 방안을 많이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그 친구들이 돈을 내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도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으로 그 친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고 겪은 문제들이 나나 취약청년들만 겪는 것이 아니고 내 주변의 또래 모두가 겪는 문제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매우 많았다. 이 사람들이 수요자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마음 돌봄 다이어리'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다시 수혜자에게 환원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로 만들기로 했다. 현재는 타깃을 MZ세대,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초점을 맞춰서 마케팅하고 있다.
 

▲ 꽃피어날에서 진행한 꽃다발 이벤트. ⓒ꽃피어날
▲ 꽃피어날에서 진행한 꽃다발 이벤트. ⓒ꽃피어날

Q. 꽃다발 이벤트, 플라워 힐링 클래스는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꽃다발과 손 편지를 같이 주는 이벤트는 지쳐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힐링을 선물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이 꽃을 받으면 행복해한다. 꽃과 내 마음을 알아주는 편지를 같이 주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사람들을 모았다. 사람들을 모으면서 '요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또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대신 전해주는 콘셉트로 사연을 받았다. 그중 몇 분을 선정해 편지를 직접 쓰고, 편지와 편지에 맞는 꽃말을 가진 꽃다발을 구성해 선물했더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꽃다발을 받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고 행복했는데, 위로가 되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편지를 받아서 행복했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그런데 손 편지를 쓴다는 것이 정말 품이 많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게 됐다. 이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다시 힐링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원래 공부했던 원예치료 관련 클래스를 구상했다. '마음 돌봄 다이어리'의 콘텐츠로 클래스를 여는 데에 꽃을 만드는 시간을 추가해서 내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 꽃을 만들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주면, 사람들에게 충만감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플라워 힐링 클래스를 기획해서 모집하고 있다.
 

▲ '위 아 가드너즈'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일러스트 선물. ⓒ꽃피어날
▲ '위 아 가드너즈'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일러스트 선물. ⓒ꽃피어날

Q. '위 아 가드너즈'(We are gardeners)는 외부인의 참여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마음 돌봄 다이어리'의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것인가?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힐링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힐링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시끌벅적한 곳에 가서 힐링하기도 한다. 정말 다양한 힐링의 방법이 있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생각하는 것은 우리만의 힐링 방법일 수 있겠다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힐링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방법을 모아서 소개하면 다양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중 하나를 해보면서 힐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위 아 가드너즈'의 참여자를 모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취지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 돌봄을 어떻게 하는지 들으며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 돌봄 사례를 배우는 용도로 삼고 싶어서 진행했다.

Q. 꽃피어날은 예비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소셜 미션을 가진 기업으로서 운영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고, 예비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들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소셜 미션만 가지고 모인 팀이었다. 소셜 미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면서 꽃다발과 편지 이벤트도 하고, '마음 돌봄 다이어리'라는 워크북도 만들고, 플라워 힐링 클래스도 기획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으로서 성장하려면 진짜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지금 제일 어렵다.

Q. 요즘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꿈꾼다. 창업하는 것도, 사회문제 해결을 회사의 미션으로 삼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이런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개인사업자로 창업하고 폐업해본 경험도 있지만,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너무 모르는 사람이었다. 소셜 미션만 가지고 창업을 한 케이스다. 그렇다 보니 세금 신고나 계약서 작성과 같이 사업자로서 해야 할 것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창업을 했다. 정말 창업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조금 다양한 것을 배운 다음에 창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꽃피어날은 소셜 미션만 있고 아이템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창업해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창업 아이템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해본 다음에 창업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업하기 전 회사에 다닐 때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더라도 회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창업해보니까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므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창업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어떠한 일도 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Q. 라이프인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많다. 스스로 또는 주변 사람들이 "다들 잘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 모양이지?" 혹은 "너만 힘든 것도 아닌데 왜 너만 힘들어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면서 아프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다는 것, 마음에 잠깐 힘이 떨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충분히 쉬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가치는 있겠지만 그 가치 중에서 내 마음이 건강한 일이 너무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고, 매일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이 정도면 잘했다'라고 자기를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주변에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으니까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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