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린 이걸 '공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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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린 이걸 '공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2022.06.22 13:00
  • by 노윤정 기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새 정부는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라는 이름으로 향후 어떤 기조로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밝힌다. 이번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비전으로 하여 6대 국정목표(▲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11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민간 주도'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목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제 부문에 있어 민간기업, 시장이 중심이 돼 산업을 성장시키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보고'에서도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20일 기획재정부가 심의·의결한 전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안)에서도 이와 같은 정부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발표한 안에는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개선 방향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경영관리 평가지표 구성 재설계로, 일정 수준 달성됐다고 파악되는 지표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지표 비중을 낮추고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년의 공공기관 의무고용실적' 등과 같이 정부 정책 이행 사항을 반영한 지표들도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면 세부 내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며(정부정책권고사항 일몰제 도입), 공공기관의 혁신노력 성과를 핵심지표로 설정하여 개선도를 성과급과 연계할 계획이다. 핵심지표의 예시로 언급되는 것은 기능·인력 조정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 민간혁신지원 노력과 성과 등이다.

이를 강조하듯 다음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하며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공의 역할은

▲ 서울정부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 서울정부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로 경제 지표는 빨간 불을 켜고 있다. 고용위기도 악화됐다. 긴 코로나19 재난의 터널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취약한 이들의 삶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 폭우, 이상고온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식량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장기화되며 세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공공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탄소 중립 목표를 이행하고,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을 돌보며,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가 앞에서 끌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에서는 정부가 끌어야 할 과제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을 반영하여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만난 A공공기관의 관계자는 "우리 기관에서 하는 B사업을 왜 민간기업에서는 하지 않겠는가. 돈이 안 벌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과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기업에서는 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일, 공공기관은 바로 이런 일을 하는 곳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 지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것은 그것이 공공기관 본연의 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C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앞으로 공공기관에 따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보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늘어난 공공기관의 부채가 문제라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요금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기관이 본래 설립 취재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공공기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공공성을 약화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공공의 정책 운영 효율성 제고가 공익과 공공성 제고에 앞설 수는 없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추구, 그것이 공공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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