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강화 vs 공공성 약화"…'공공기관 혁신' 논하기 전 답해야 할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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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건전성 강화 vs 공공성 약화"…'공공기관 혁신' 논하기 전 답해야 할 문제는
  • 2022.08.12 17:28
  • by 노윤정 기자
▲ 지난 6월 16일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 ⓒ제20대 대통령실
▲ 지난 6월 16일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 ⓒ제20대 대통령실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한 가지를 '공공기관 혁신'으로 정하고 임기 초기부터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개혁의 주요 방향은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 특히 새 정부는 각 공공기관에서 강도 높은 지출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정치권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공공기관 혁신'을 둘러싼 주장들을 살펴봤다.

■ 재무건정성 강화냐 공공성 약화냐, 새 정부 "'방만경영' 바로잡겠다"

▲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갈무리. ⓒ기획재정부
▲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문서 갈무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번 정부 들어서 갑자기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2013년 12월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 최근 10여 년간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를 지적하며,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수차례 반복하여 나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기관의 존립을 위해 공공기관 부채 축소는 필요한 조치다.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업무를 조정하고 이른바 '방만경영'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의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개선 방향은 ▲경영관리 평가 지표 구성 재설계 ▲기관별 주요 사업 지표 구성의 적정성 및 목표의 도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 ▲유사·중복 지표 축소 등 경영평가 지표 정비 및 제도개선 추진 ▲공공기관의 혁신 노력의 성과를 핵심지표로 설정하고 개선도를 성과급과 연계 등.

특기할 만한 점을 살펴보면,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일정 수준을 달성했다고 판단된 지표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중심 지표 비중(25점)을 하향 조정하고 재무성과 지표(5점) 배점 비중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능·인력조정 등의 생산성 제고, 민간혁신지원 노력과 성과 등을 핵심지표로 설정하여 전반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공공기관 3대 혁신과제'로 내세운 것은 ▲생산성 제고 ▲관리체계 개편 ▲민간-공공기관 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대 분야 효율화를 강조했다.

기능 부문에서는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 기능,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을 축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조직·인력 부문은 내년도 공공기관 정원 원칙적 감축 등 조직 슬림화 방안을 담고 있다. 예산 부문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의 10% 이상을 절감하고, 내년도에는 경상경비를 전년 대비 3%,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각각 줄인다. 인건비 소요도 초과근무 관리나 수당 통폐합 등의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산 부문에서는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거나 유휴자산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출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경우 출자회사 지분을 정리, 공공기관 청사 활용도 제고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국민 눈높이에 비해 과도한 복리후생'을 점검하고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부 정책 기조는 현장에도 이미 반영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1일 '민선8기 시 공공기관 효율화 방향'을 발표하며 유사·중복 기능을 중심으로 25개에 이르는 산하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지난달 대구에서도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내용의 '통합공공기관별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해당 조례안은 도시철도공사와 도시철도건설본부를 '대구교통공사'로, 대구시설공단과 대구환경공단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재편하는 등 18개 시 산하 공공기관을 11개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충청남도 역시 9월 말까지 통폐합 기관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을 통폐합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50플러스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통폐합 대상 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새롭게 출범한 중앙정부와 민선8기 지방정부가 공공기관 규모 줄이기에 칼을 빼 들었다.

■ 공공기관 부채, 정말 '방만경영'의 증거인가

▲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 패널 토론 모습. ⓒ라이프인
▲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 패널 토론 모습. ⓒ라이프인

반면, 공공기관에 재무적 성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할 공공성을 약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는 공공의 역할을 재발견했다. 코로나19와 지금 전 세계를 신음하게 만드는 기후위기는 인류 모두가 겪는 위기다. 또한,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해도 많은 시민이 함께 겪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재난을 겪지 않았으며, 같은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가지지도 못했다. 재난이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심화한 것이다.

사회를 통합하고 자원을 재분배하고 사회의 취약한 곳을 돌보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재난의 시기를 겪으며 정부의 역할과 공공부문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감염병 재난이 끝나지 않았고 기후위기가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른 지금, 위기에 대응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만경영의 증거처럼 지적되는 공공기관 부채에 관해서도 이견이 제기된다.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9차 공공노동포럼은 '공공기관 착한부채 문제없다'는 주제로 진행됐다. 해당 포럼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증가했지만 부채비율은 2012년 220%에서 지난해 151%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며 부채가 커졌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2012년~2020년) 동안의 공공기관 부채비율 감소 폭(220%에서 151.9%로 감소)이 민간 기업 감소 폭(147.6%에서 118.3%로 감소)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의 기조에 맞추어 공공정책을 수행하느라 적자를 볼 수밖에 없던 기관들의 사정도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년 대비 부채 증가 비율이 가장 큰 한국전력의 경우를 살펴보면, 부채 증가의 이유에는 전기 요금에 연료비 상승 등의 요인을 반영하지 못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으로, 공익적 차원에서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공공기관은 공익을 위해 부채를 감수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기관 부채를 해결할 방안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바람은 한동안 계속 될 듯하다. 공공기관 개혁, 혁신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혁신'이 향해야 하는 지향점은 무엇일까. 공공기관의 부채를 지적하고, 공무원 수 동결·감축을 논하기 전에 다른 질문들을 먼저 던져야 하지 않을까. 공공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먼저 답을 해야 '혁신'이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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