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경력 늘어날수록 왜 사회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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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경력 늘어날수록 왜 사회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봄의 당사자로서 돌봄 관련 사회문제 함께 고민해야 해"
"한 달 수입 300만 원 넘으면 지원비 깎여"…현 정책, 돌봄 지출 비용 고려치 않아
"경찰, 병원, 행정기관 등 국가기관 간 연계성 떨어져"…매번 보호자가 가족 상태 증명해
  • 2024.03.01 16:15
  • by 이새벽 기자
▲ 도서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출간 기념 북토크가 29일 행복나눔재단 건물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 도서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출간 기념 북토크가 29일 행복나눔재단 건물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행복나눔재단과 한겨레출판은 도서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출간 기념 북토크를 29일 행복나눔재단 건물에서 가졌다. 

북토크에는 공동저자인 돌봄청년 조기현 씨(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대표)와 방문진료의사 홍종원 씨(건강의집 대표원장)가 함께했다. 

조기현 씨는 돌봄 서비스 신청 시 의사 소견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아버지가 쓰러지고 난 7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어서 혼자 일하며 버텼다. 아버지에게 처음 치매가 시작됐을 때 아버지가 병원 진단 시 주어지는 문제들을 잘 맞히니까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가 새벽시간에 치매 증상을 크게 보여 내가 잠을 못 자고 있을 때 의사가 직접 와서 보면 해결될 텐데'라고 생각했다"며 "사회복지제도를 이용해야 할 때 당사자에게 근로능력이 없다거나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학이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살면서 돌봄을 받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돌봄의 수혜자이자 제공자인데 돌봄이 특정 누군가에게만 몰리고 떠넘겨지고, 사회적으로도 저임금 노동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결국엔 돌봄이라는 행위가 사회에서 경쟁 활동을 하는 것보다 무의미한 것이 되고, 돌봄 경력이 늘어날수록 사회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자신이 없어지는 고립 과정에 굉장히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봄의 당사자로서 돌봄 관련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함을 강조했다. 
 

▲ 도서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의 공동저자 (좌)홍종원 씨와 (우)조기현 씨. ⓒ라이프인
▲ 도서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의 공동저자 (좌)홍종원 씨와 (우)조기현 씨. ⓒ라이프인

홍종원 씨는 자신의 방문 진료 사례를 말하면서 조 씨의 관점에 동의했다. 30년 이상 와상(臥床) 상태의 아내를 돌본 남편이 아내의 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겨워한 경우였다. 홍 씨는 "남편이 30년간 환자인 아내를 돌본 상태에서 아내의 사망은 돌봄에서 해방된 자유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선 사랑하는 아내를 돌보는 일이 자신의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며 "돌봄이라는 것이 상호보완적이며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 조기현 씨가 운영하는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에서 돌봄 아동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돌봄청년 최문영, 한선혜, 오현아 씨가 참석해 돌봄청년으로서 자신의 경험담과 현 돌봄 정책에 대한 의견을 건넸다.
 

▲ 돌봄청년 (왼쪽부터) 최문영 씨, 한선혜 씨, 오현아 씨. ⓒ라이프인
▲ 돌봄청년 (왼쪽부터) 최문영 씨, 한선혜 씨, 오현아 씨. ⓒ라이프인

외동딸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부모님을 돌본 최문영 씨는 "2인 가정에서 한 달 수입이 300만 원을 넘으면 지원비가 깎인다. 그런데 의료비로 100만 원을 넘게 쓴 상태에서 생활비도 지출되면 당사자는 사실상 남는 돈이 아예 없다. 현대사회에서 돌봄은 노동생산성을 잃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다"며 "노동과 돌봄이 겹쳐지면서 발생하는 소비나 금액 지출, 수익 등에 대한 연계 지원 등 정책 간 연결이 미흡한 것 같고 이런 부분이 강화되려면 관련 논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현 돌봄 정책의 개선점을 짚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앓던 어머니를 돌보다 한 달 전 어머니를 여읜 한선혜 씨는 "어머니가 얼마나 아픈지 증명해야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어머니가 (해당 질병)말기인지 아닌지도 헷갈렸고 장애질병코드도 부여받지 못했다. 의사에게 장애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물어보지 못했다. 당시 간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걸로 추측한다"며 돌봄 청년이 놓인 사각지대를 설명했다. 

한 씨는 "어머니의 알코올 의존 증세로 내가 국가기관을 만난 건 경찰, 병원 그 이후 행정기관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보호자 입장에서 어머니 상태를 증명해야 했다. 세 기관의 연계성은 떨어졌고 그 가운데서 보호자의 정서는 지지받지 못했다"라며 보호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오현아 씨는 "돌봄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멘티를 모집할 때 딱 3명이 왔다. 우리의 경험을 빗대어 생각해 보니 여러 사회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계속 나의 불행을 증명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든다. 그것이 원인인 것 같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필요한 자원에 손을 뻗지 못하게 된다"며 돌봄 청소년 및 청년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짐작했다. 

오 씨는 "(돌봄 청소년 및 청년에게)자기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려면 가정, 학교 등 주변관계에서 지지해 주는 말들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적 인식의 문제다"라며 돌봄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  

청중으로 참석한 한 돌봄청년은 최근 자신이 갑자기 아파 병원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지적장애인인 아버지가 자신을 돌봐주셨던 경험담을 나눴다. 그는 "4년 동안 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쳐드렸는데 병원 방문 시 아버지가 한글로 자신의 인적정보를 적고 병원 측에 증상을 설명하고 손수 음식을 요리해 주는 등 병간호를 해주시는 모습에서 자신이 돌봐왔던 아버지에게서 오히려 돌봄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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