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지마] 편의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명ㆍ지구와 맞바꿀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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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리지마] 편의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명ㆍ지구와 맞바꿀 수 있나요?
남극에 사는 동물 배설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발견, 플라스틱 먹고 죽은 동물도 매년 수백 마리
플라스틱, 토양 내 미생물 생존 및 생물 생장 방해, 온실가스 및 각종 유해 가스·화합물 배출
플라스틱의 원료·첨가제·흡착물, 인체 다양한 기관에 이상 야기, 내분비 교란, 돌연변이 및 암 유발
플라스틱 관련 도서 저자 박선욱, "인간은 환경오염과 생물 농축의 주된 가해자이자 피해자"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
  • 2023.09.21 17:54
  • by 이새벽 기자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지구의 자원이 마치 무한하다는 듯이 사용해 왔다. 그 결과로 오늘날 망가진 지구 환경을 목도하고 있으며,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순환경제로 나아가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소모와 폐기, 폐기물의 환경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유해 물질을 유출하여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라이프인은 플라스틱 재활용과 미세플라스틱, 탄소 절감 효과가 뛰어나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주목 받는 멸균팩 활용 등을 둘러싼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생수병에 담긴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ml당 1억 개가 넘게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는 어떻게 플라스틱 물을 마시게 된 걸까? 의도치 않은 플라스틱 섭취, 과연 우리에게 안전할까? 플라스틱은 무엇이며, 플라스틱이 인체와 해양, 토양, 대기 등 지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아본다.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빅웨이브,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긱),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이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회 앞에서 탄소 감축 책임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라이프인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빅웨이브,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긱),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이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회 앞에서 탄소 감축 책임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라이프인

플라스틱은 석유인 원유에서 뽑아낸 탄소 덩어리다. 원유는 검은 기름인데, 높은 온도로 끓여서 분별 증류하면 LPG, 휘발유, 나프타(Naphtha), 등유, 경유 등으로 나뉜다. 이중 나프타가 플라스틱의 주원료다. 플라스틱은 값이 싸고 가공하기 쉬워 활용도가 매우 높다. 옷, 식기류, 일회용품, 건축자재, 장난감 등 일상생활재로 흔히 보인다. 플라스틱이 없다면 생활이 가능할까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분리배출 표시 기준으로 익숙한 PET(페트),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PVC(폴리염화비닐), PP(폴리프로필렌), PS(폴리스티렌), OTHER(복합플라스틱) 모두 플라스틱에 해당한다.

미세플라스틱이란 말 그대로 작은 플라스틱이다. 그 기준은 연구마다 달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으나 우리나라 환경부 자료에서는 크기가 5mm 미만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 일컫는다. 체내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훨씬 작은 크기다. 오래되고 작을수록 오염물질을 많이 흡착한다. 그렇기에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유입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작게 생산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를 예로 들 수 있다. 세안제 속 알갱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큰 플라스틱이 버려진 후 비, 바람, 파도, 햇빛 등에 의해 부서져 작아진 것이다. 폴리에스터 등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은 세탁할 때마다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인 미세섬유를 발생시킨다. 
 

▲ 2018년 8월 제주 중문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이가 9월 부산에서 좌초된 채 발견됐다. 거북이 장 속에서 많은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SBS
▲ 2018년 8월 제주 중문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이가 9월 부산에서 좌초된 채 발견됐다. 거북이 장 속에서 많은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SBS

세안, 세탁 등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세플라스틱은 수질오염뿐 아니라 민물과 해양에 사는 수생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 2019년 Nature 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남극 지역에 서식하는 젠투펭귄(Gentoo penguin)의 배설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모든 생명체는 지역적 예외 없이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고 죽은 동물도 매년 수백 마리가 넘는다.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는 건 토양도 마찬가지다. 토양 1g에는 2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서식하면서 물질순환기능을 통해 작물의 생장을 돕는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내 수분이 증발하게 한다. 땅을 마르게 해 미생물 생존과 생물 생장을 방해한다.

소각은 쓰레기 처리에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대기에 굉장히 유해하다. 특히, PP(폴리프로필렌)를 소각하면 소각량의 3배 정도의 온실가스가, 스티로폼(EPS)을 소각하면 염화수소, 시안화수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PVC(폴리염화비닐)와 같이 염소를 포함한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각종 유해 화합물이 발생하는데, 인체에 노출되면 피부, 신경계, 순환기계, 호흡기계, 간담도계 등 신체 여러 기관에 이상을 야기한다.   

2019년 해외에서는 8가지 주요 플라스틱의 독성과 화학적 특성을 분석 발표했는데, 플라스틱 추출물 74%가 독성, 세포독성,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과 관련한 독성 기준을 초과했다. 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비스페놀 A와 프탈레이트는 내분비 교란물질이다. 가짜 호르몬 역할을 해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한다. 미세 플라스틱에 붙어 있는 중금속도 유전·생식적인 독성을 띠며, 돌연변이 유발성과 발암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현재 플라스틱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진 않으나 플라스틱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 발암 관련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없고,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실험 및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만 판단·결정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결과가 쌓이면 플라스틱이 발암물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 라이프케어TV 시즌2 '저자와의 대화'에서 도서'플라스틱을 갈아마시면 무슨 맛일까?'의 저자로 출연한 박선욱 좋은삼선병원 건강증진센터 진료과장. ⓒ라이프인
▲ 라이프케어TV 시즌2 '저자와의 대화'에서 도서'플라스틱을 갈아마시면 무슨 맛일까?'의 저자로 출연한 박선욱 좋은삼선병원 건강증진센터 진료과장. ⓒ라이프인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최고 위치에 있다. 생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중금속, 유기화학물질 그리고 플라스틱은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농도가 진해진다. 다른 생물의 몸속에 남아 있다가 인체로 들어올 때 더욱 진한 농도로 들어오는 것을 '생물농축'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을 갈아마시면 무슨 맛일까?>의 저자, 박선욱 좋은삼성병원 건강증진센터 진료과장은 "인간은 환경오염과 생물 농축의 주된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의 이상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이하 소기행)은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를 위한 법안 마련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장치 의무화 ▲식품의 표기, 분류 등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제도 개선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기업과 소비자의 실천행동 등 미세플라스틱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차경 소기행 사무총장은 "첫 번째는 소비자가 플라스틱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대체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체재가 없다면 기업에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라고 요구해야 하며, 더 근본적인 대책은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국가가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므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부터 제재해야 한다"며 규제를 강조했다. 
 

▲ 이수진 의원이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환영 및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소비자기후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 이수진 의원이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환영 및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소비자기후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먼저 가결돼야 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수 있다. 이에 소기행은 7월 10일 박정 환경노동위원장과 면담하고,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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