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대전환 시대의 대한민국 목표: 국가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와의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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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대전환 시대의 대한민국 목표: 국가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와의 타협
  • 2024.03.12 10:00
  • by 정영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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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대전환의 혼란

요즘 거리에 나가면 쌍둥이용 유아차가 흔히 보인다. 자연성의 상실 아닐까? '죽창가' 타령 속에 일본의 최대 관광객이 우리다. 모순이다. 또한 전 세계가 큰일 났다고 난리법석이다. 국제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보편가치로 받아들여지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극단적인 행동으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먹칠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결정됐다. 이로써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이 확정됐으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가주석직 3연임에 성공했고 우상화 시도를 의심케 하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장기 경기 침체에 들어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동시에 이념 분쟁의 재연, 빈부격차의 심화, 세대 단절, 지방소멸 위기, 정당의 사당화, 관료 조직의 피폐화 등의 극심한 혼란상을 노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국주의의 복귀와 권력자의 탐욕이 어우러지고 있다. 왜일까?

근본적으로 과거 300년 내지 500년간 이어져 온 부'국강병에 기초한 국민국가의 완성'이라는 국가 목표가 더 이상 효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관료, 일반인의 관계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최고 지도자의 위상도 재검토해야 한다. 일반인은 너무 분절화되어 세력화하기가 어렵다. 소속 단체나 개인적 모임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공동체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온다. 현재는 그만큼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간이다.

■ 국민국가 시대의 종말

일반적으로 발전 경로는 7개 변수로 판단할 수 있다. 우선, 분야별(횡단면) 변수는 부존자원, 기술, 문화, 제도 등 4개다. 시간적(종단면) 변수로는 모방(후진국), 관리·운영(발전국), 혁신(선진국권) 등 3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 현재, 부존자원의 핵인 인구와 영토는 거의 고정돼 있다. 기술도 전통 산업화 분야는 상당 정도 보편화됐다. 문화도 서구가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서 지금은 다원화된 상태다. 제도라는 요소를 볼 때는 한때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최적의 답을 찾지 못하고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어쨌든 1인당 국민총소득이 전 세계적으로 1만 달러를 넘어섰고, 다수 국가가 핵을 보유함으로써 부국강병의 끝판에 도달했다. 결국 현재 일부에서 과도한 국민국가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짧게는 한 세대, 길게는 100년 이내에 국민국가 체제가 소멸할 것이라는 가정을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해서 국민국가 경쟁을 지속한다면 그 끝은 제3차 세계대전이고, 이는 인류 멸망으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은 국민국가 시대를 거쳐 전 세계의 지구촌화로 이행하는 과도기인지도 모른다. 지금 거론되는 디지털 대전환과 연계, 스마트 시티 간의 경쟁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나라는 국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 우리나라의 길

우리나라의 경우, 상기 7개 발전변수론을 활용하여 대응해야 한다. 가용변수는 고학력 인구에, 혁신의 영역에서 선진제도 실험국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비교우위에 있다. 우선, 인구 5천만 명으로, 전 세계 국가의 평균 인구 규모와 흡사하다. 중국의 지방정부인 '성'의 인구 규모가 5천만 명 정도다. 국가별 유럽인구는 조금 더 적다. 결국 우리나라가 제도 실험 국가가 되기에 최적의 인구 규모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의 제도 실험 국가로서 경제통상을 기치로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멋모르고 모방에만 집중하여 성공했다. 동시에 속국, 조공국, 식민지, 반상관계에 의한 계급국가 등의 간난을 겪지 않은 것이 없다. 고학력, 제조업 강국, 독특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닌 국가다. 오랜 남북한 대치로 인해 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반 산업과 군수산업이 균형을 갖춘 아주 독특한 국가자산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국강병을 기치로 한 국민국가 이후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성공할 수 있다.

일단,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공민행복시대'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서구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하에 발전해 왔다. 여태껏 우리는 베끼기에 몰입했었다. 일본을 비롯한 선발 발전국들이 모방 대상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한 가운데, 진정한 독립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결국 내가 살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탄탄한 국가여야 한다. 이 영토를 채우는 주체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공민'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민, 인민, 시민, 주민 등의 가치중립적인 개념을 추구했다. 공민은 기존의 대한민국 국민에 더해 향후의 이민자, 탈북자까지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공민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가를 부르고, 국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일반 국가들의 조건만으로는 어렵다. 성별불문 일정 연령에 이르면(가령 18세) 통과의례를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분야는 사회가 꼭 필요로 하지만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이른바 '3D 업종'로 할 수 있다. 가령 병역, 중소기업, 지역사회서비스(보육, 어르신 돌봄 등)가 될 수 있다. 공민의 개념이 100년을 거치게 되면 대한민국은 공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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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의 과제

일반적으로 지식인들은 과거부터 조금 어정쩡한 부류였다. '식객'이라고 칭해지기도 하고 '곡학아세의 달인'이라고도 폄하되기도 했다. 진정한 지식인은 시대정신을 제공하거나 합리적인 사상 체계를 제공하는 언로의 주역, 국가를 선순환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도자의 양성, 그리고 적확한 정책을 제시하여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과거 우리의 지식인은 정권의 시녀 역할을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력자의 후원자가 될 수 있어야 뜻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지식인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됐다. 특히, 이는 교육이 과거급제를 통한 신분상승 통로라는 과거의 인식이 지금까지도 DNA에 박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이 서구문물 수입, 모방에 그쳐 한국적 학문 체계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이 주축인 한국적 학문이지, 공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몇 가지 과제에 봉착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정치 불신을 끊어 내는 것이다. 정치의 회복이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대의 정치이다. 국회의원은 당연히 지역 대표성과 직능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각 정당은 거의 사당화되다시피 해서, 지역 대표성도 직능 대표성도 상실했다. 지식인들은 이를 공격하고 바꿔야 한다. 어느 정치학회도 이를 거론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또 다른 문제는 불합리한 예산이다. 재정학회나 경제·경영학회에서 공개하는 자료를 통해 예산 구조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정치인, 정부관료들의 나태함과 부조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 희화화를 걷어내고, 관료의 공복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결국 지식인이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 시대정신과 세대정신

우리는 제도혁신 국가가 되어야 한다. 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우선 우리나라를 내가 살고 싶고, 외국인들이 살아보고 싶은 대한민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세계 발전 국가들에 제도 자산을 물려주는 공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 중 하나는 세대정신과의 조화다. 어느 사회나 발전된 국가가 후속세대에 연결되기를 원한다. 사회의 주축인 40~55세 중추집단의 능력을 최고조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 세대와 은퇴 세대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 차원에서 청년 세대의 전진과 미래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사회성 습득과 최소한의 책임, 그리고 은퇴 세대의 조연 역할이 기대된다. 그 하나의 제도 실험으로서 앞에서 거론한 국민개병제의 개념을 예외 없는 '청년사회공공복무의무제'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3대 난제인 국가보육책임제, 청년사회정착지원, 건강고령화를 추구한다. 이는 상기한 공민행복시대의 통과의례와 연결할 수 있다. 의무를 끝내고 나면 청년들에게 목돈을 정착자금 및 주택우선 분양권으로 지원하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동일한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통해 농민의 출발점을 거의 평등하게 하고, 산업국가로 비교적 순탄하게 이행했던 것과 흡사하다. 결국 청년 세대의 출발점을 같게 해주는 국가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현재 은퇴할 시기에 이른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750만 명으로 인구비중이 1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막내가 이미 환갑을 넘어서서 대부분이 은퇴하고, 은퇴 인구 규모가 크다 보니 사회적 파장 또한 크다.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장점은 그래도 능력이 있는 세대라는 점이다. 즉, 현존 세대중 우리나라 최초로 동년배 10%가 대졸자이며, 최초의 본격적인 국민연금 수혜자(1988년 시작, 가구당 약 150만 원 수령한 것으로 추정), 국내 총자산 60% 이상의 소유 세대로 추정된다. 또한 50%가 이촌향도 세대, 50% 정도가 수도권 주택 소유자일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1인당 국민총소득을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발전시킨 자부심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노블리제 오블리제'를 정립할 수 있는 세대다. 당장 건강고령화 문제를 위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적극적인 조연 역할이 필요하다. 즉, 국가보육책임제 시행 시 청년 인력 보조, 중소기업 파견 청년 세대의 멘토, 지방에 베이비부머 친화적인 시니어타운 조성 선도, 지방 소비 주체로서의 역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시대정신은 지속 가능한 행복한 지구촌 구축이며, 그 연장선에서 ESG를 강조해야 하고 세대 조화, 국가 승계 및 발전이 되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에서 진행하는 이번 수요세미나 시리즈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특히 참여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로 현장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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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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