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라이프] 할매, 나 또 왔어! 이번엔 2주 살이 아니라 정착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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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라이프] 할매, 나 또 왔어! 이번엔 2주 살이 아니라 정착하러!
경남 함양, '고마워, 할매' 청년마을사업 운영자 및 참여자 숲속언니들, 심현점 씨 인터뷰 ②
농촌지역 청년유입으로 노인층 문화 향유 및 돌봄 효과, 창의적 활동과 수익창출 등 활력 제고
  • 2023.07.28 10:22
  • by 이새벽 기자

'한 달 살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유행한 지도 한참이다. 그만큼 대도시가 아닌 비수도권, 농촌에서의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생계 수단, 소위 '먹고사니즘'의 문제를 비롯하여, 과연 지역에서 나의 삶을 잘 꾸릴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지역을 일단 '경험'해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에서 관계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혹은 외지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의 협업 방식으로 지역을 경험하도록 돕는 조직·기관들이 있다. 라이프인은 지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 ①에서 이어짐)

엄지언니 "이웃 간의 돈독한 정, 시골에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올해 3월부터 숲속언니들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현 씨는 2022년 10월 함양에 도손이로 왔다가 거주민이 됐다. 매사 좋은 반응으로 엄지를 자주 치켜세워 '엄지언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이전에 방송작가로 바쁘게 활동하다 퇴사했다. 잠깐 쉬기 위해 함양 2주 살이 프로그램 '안녕, 할매' 4기에 참여했는데 2주를 더 살고 이후에는 아예 함양해 정착해 9개월째 살고 있다.       

▲ 김승현(맨 오른쪽) 씨가 '고마워, 할매' 참여 당시 남계마을에 거주하는 김명월 씨와 달력에 삽입할 그림을 그렸다. ⓒ숲속언니들
▲ 김승현(맨 오른쪽) 씨가 '고마워, 할매' 참여 당시 남계마을에 거주하는 김명월 씨와 달력에 삽입할 그림을 그렸다. ⓒ숲속언니들

Q. '고마워, 할매' 활동 중 어떤 점이 제일 인상 깊었나? 왜 함양에 정착하게 됐나? 
김승현: 할머니의 요리법을 전수받아 직접 음식을 만들고, 할머니들과 마을 구경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달력을 제작했다. 지역 축제 내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함양 청년 네트워크 '이소'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역 청년을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교류가 전혀 없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바빴다. 그러나 시골에 오니 옆집 이웃을 챙기며 서로 안부를 묻는 정(情)이 인상 깊었다. 
마흔 살이 되면 귀농·귀촌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함양에서 2주 동안 살아보면서 시골에 살면 농사지어야 한다는 것이 편견임을 깨달았다. '나이가 더 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골에 내려와 농사가 아니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재밌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함양에서의 정착을 결심했다. 정착하고 나니 지역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긴밀해졌다. 그들의 모임에 초대받곤 한다.   

▲ 팝업 레스토랑 함무랑의 전경과 판매 음식.  ⓒ숲속언니들
▲ 팝업 레스토랑 함무랑의 전경과 판매 음식. ⓒ숲속언니들

Q. 숲속언니들의 일원으로 합류한 동기는 무엇인가? 홍보팀장으로 약 5개월 간 일했는데 그간 느낀 소회를 공유한다면? 

김승현: 함양에서의 첫 2주 동안에는 살아보는 체험이 우선이었고, 다음 2주 동안에는 지역 언론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했다. 다음에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파는 팝업 레스토랑 '함무랑'을 한 달간 운영했다. 그 후 거처를 고민하던 찰나 숲속언니들 내 직원 공석이 생겼는데 마침 내가 전공한 홍보·마케팅 분야였다. 함양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컸고, 전공을 살려 일하면서 좋아하는 언니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합류했다. 
재밌다. 시골에서 홍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하다. 만나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이웃 아주머니들인데 이런 관계도 즐겁다. 전에 방송작가 일을 해서 그런지 접하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마주하는 것이 흥미롭다. 벌레도 많고 생활 편의 시설도 부족해 시골에서의 삶이 마냥 쉽진 않지만 앞서 말한 이유들로 재밌고 즐겁게 일해 올 수 있었다.  

청년마을사업,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어르신 생명도 살렸다

▲ 6월 도손이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는 모습. ⓒ숲속언니들
▲ 6월 도손이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는 모습. ⓒ숲속언니들

Q. 숲속언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제일 반응과 성과가 좋았던 활동은 무엇인가? 

박세원: 팝업 레스토랑 '함무랑'은 지역민들의 즐길 거리였다. 2주 동안 운영했고 수익은 250~300만 원 정도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난 6월에는 두부 만들기 키트를 제작해서 크라우드 펀딩했다. (펀딩은 7월 24일 오전 기준, 307% 달성했다. -편집자 주-) 
두부 만들기 키트 크라우드 펀딩 과정에서 디자인, 영상 편집, 온라인 구매 상세 페이지 제작 등은 시골에서 제일 필요한 작업이었고, 도손이들의 재능이 잘 발휘됐다. 
할머니들의 사업 참여비로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한 시간 단위로 책정한 금액을 지급해드린다.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재료 구매 비용은 이와 별도다.  

Q. '고마워, 할매' 외 다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가? 

박세원: 올해 10월 쯤 함양 청년 네트워크 '이소'와 함께 청년들이 모여 놀 수 있고 물건도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열고, 다음 해에는 요리와 공연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 타 기업과의 협업 또는 공모사업도 모색 중이다. 

▲ '고마워, 할매' 4월 2기 단체사진. ⓒ숲속언니들
▲ '고마워, 할매' 4월 2기 단체사진. ⓒ숲속언니들

Q. '고마워, 할매' 활동이 지역사회에 제일 크게 기여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세원: 지난 6월 성과보고회 때 참석 예정이신 할머니 한 분이 오시지 않자 댁에 찾아 갔더니 뇌졸중으로 쓰러져 계셨다. 초기에 발견하고 병원에 모셔가서 위기는 잘 넘기셨다. 
심현점: 당시 행사 일정과 청년들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박세원: 우리가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녕을 염두에 두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김승현: 시골에서의 삶, 재밌다. 도시생활에 즐길 거리 많지만 한번쯤 시골에 내려와서 살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박세원: 청년 마을이 전국 곳곳에 있다. 함양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지역에 가서 짧게나마 살아보면 시골생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심현점: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먹고 살기 위해 쌀만 떠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할머니들도 함께 놀 수 있는 문화와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이 부분을 도와주면 정말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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