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쏟아지는 가전제품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자활기업 늘푸른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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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쏟아지는 가전제품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자활기업 늘푸른자원
  • 2023.06.22 09: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997년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이었지요. 소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이 급증하고 금리 이자는 20%를 넘어 30%에 육박할 정도였으니까요. 중산층이 무너지고 나라는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거리에 나 앉게 되었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몰렸습니다. 우리 경남도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언론에서는 그야말로 단군 이래로 최대의 국가 위기였다고 했습니다. 이때 실업극복국민운동에 참여하고 그 운동의 성과로 만든 조직 중의 하나가 자활기업입니다."
 

▲ 1997년 IMF 외환위기 영화 '국가부도의 날'.
▲ 1997년 IMF 외환위기 영화 '국가부도의 날'.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 자살 위기에 몰린 노동자, 민중들과 맨손으로 시작

경남의 사회적기업 인증 1호이자 전국 35호인 ㈜늘푸른자원을 2007년 설립하고 17년째 이끄는 김진수 대표의 말이다. 법인 설립은 2007년이었지만 실제로 취약계층을 위한 실업 극복, 일자리 사업 등에 뛰어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서울에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가 설립되었고 다음 해인 1998년에는 경남에도 실업극복국민운동경남본부(이하 실업극복경남본부)가 출범했다. 경남에서는 창원 중심으로 노동계, 시민사회 그리고 종교계가 참여하는 조직이었다. 이때, 이 단체 실무자로 일을 하게 된 것이 늘푸른자원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진주, 김해 등에서는 조금 뒤에 관련 조직들이 출범했다.
 

▲ 자활기업 늘푸른자원의 역할 / 경남 최초의 사회적기업 인증서.
▲ 자활기업 늘푸른자원의 역할 / 경남 최초의 사회적기업 인증서.

1999년부터 실업극복경남본부는 지자체로부터 공공근로사업을 위탁받았는데, 그중 하나로 의류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이 법을 근거로 각 지자체에 지역자활후견기관(이후 지역자활센터)들이 설립됐다. 실업극복경남본부는 창원지역자활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의류 재활용 공공근로사업은 자활사업으로 이어졌다. 간병, 집수리, 청소, 폐자원 재활용, 음식물 재활용 등 취업 취약계층과 저소득계층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자활근로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폐자원 재활용 사업은 아무런 기술이 없어도 되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적은 분야였다. 의류 재활용 사업은 손수레를 끌고 가서 시민들이 무상으로 기증해 주는 옷을 받아와서 매장에 전시,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당시에는 옷을 기증하는 시민들이 깨끗하게 세탁해서 기증했기에 별도의 세탁이나 수선하지 않아도 됐다. 

버려지는 폐가전제품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

2006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 수명이 다한 중소형 폐가전제품을 적정 처리를 통해 재활용하는 사업이었다. 자활근로사업단이 정부의 지원에서 독립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시작한 헌 옷 재활용사업은 이미 시장이 형성되었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이었기에 이 속에서의 생존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지속적인 제도와 시민사회의 지원과 후원이 가능한 영역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서 선택한 사업이 중소형 폐가전제품 재활용사업이었다.
 

▲ 공장 내에서 폐가전제품 분리 작업 / 폐가전에서 분리한 플라스틱을 싣고 있는 김진수 대표이사.
▲ 공장 내에서 폐가전제품 분리 작업 / 폐가전에서 분리한 플라스틱을 싣고 있는 김진수 대표이사.

마침 수명을 다한 가전제품들이 쓰레기가 되어 지구 환경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국제적인 규제가 시작됐다. 그동안 자연환경이나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다량 함유된 폐가전제품을 제3세계 등 빈곤국에 수출하여 해당 국가의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해쳐 왔다. 그런데 이런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를 국제협약으로 국제 이동을 규제하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라는 관련 규제법에는 가전제품 제조 회사가 제조, 판매한 제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회수,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늘푸른자원은 이를 대행함으로써 처리 비용 일부를 지원받는 시스템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동주택에 소형 폐가전제품 수거함 설치와 수거를 주도한 늘푸른자원

늘푸른자원은 2014년부터는 가정에서 버리는 가전제품을 회수하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기업의 폐가전제품 의무 회수 체계는 그나마 관리가 되지만 주민들이 가정에서 폐가전제품을 버리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었다. 주민들이 배출할 때 비용을 부담하는 것과 배출 스티커를 구입하는 방법 등이 불편했다. 이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즉, 가정에서 버리는 소형 폐가전제품을 주민들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상으로 그리고 언제든지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창원 시내의 배출 현황과 처리 과정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함께 토론회 등을 열어 인식을 확산하고 시를 설득하여 대안을 마련했다. 공동주택에 무상 수거함을 설치하고 늘푸른자원이 수거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금은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다.
 

▲ 수거한 PC와 선풍기들.
▲ 수거한 PC와 선풍기들.

폐가전제품 중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재활용 과정은 4단계가 있다. 1단계는 가전제품 회사 서비스센터, 공동주택 수거함 등에서 모아 놓은 가전제품을 재활용 기업이 공장에 가지고 와서 플라스틱, 고철, 알루미늄, 전선, PC기판 등으로 분리하고 플라스틱만 선별해 1차 파쇄하는 단계다. 여기까지가 늘푸른자원의 역할이다. 2단계는 1차 파쇄한 것을 2차 파쇄를 한다. 2차 파쇄에서는 플라스틱 중에 ABS 등 재질별로 분리하는 것이다. 3단계는 2차 파쇄에서 재질별로 분리한 플라스틱을 팰랫으로 만드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팰랫으로 만든 원료로 필요한 제품으로 사출하는 것이다. 향후 가전 재활용 자활기업들이 연대해 2, 3, 4차 단계를 함께 진행하려 한다. 이를 통해 각 자활기업들의 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의 완결된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공장 2개 동 중에 1개가 전소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전국 동지들의 도움으로 재기한 늘푸른자원

현재 늘푸른자원은 직원이 15명이다. 이 중에 취약계층은 50%다. 2007년 창립 초기에는 25명까지 있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를 늘려야 했기 때문에 모든 작업 공정에서 기계화를 최소화한 수작업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파쇄하는 기계, 선별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생산성이 높아져야 기업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2년 매출이 13억여 원이다. 사업을 하는 가운데 어려움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10년 전인 2013년 11월 14일, 공장 2개 동 중에 1개가 모두 타는 화재를 겪었다. 다행히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중심으로 성금 모금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지지와 후원을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 화재 피해 / 기계화한 선별 시스템.
▲ 화재 피해 / 기계화한 선별 시스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자원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이고 일관된 대응 필요

김진수 대표는 쓰레기 처리, 재활용 등의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 하의 상황 속에서는 가격의 변동 등의 외적 요인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몇 년 전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 하락으로 재활용업체가 수거 처리를 거부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므로 자치단체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지는 폐기물 및 재활용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현 정부 들어서 일회용 컵 사용 억제를 위한 정책이 시행을 앞두고 연기함으로 인해 정책 혼란과 현장에서 준비했던 기업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수거를 위해 차량 등을 다 준비했으나 무산되어 그 비용 등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기회를 놓쳐 가래 아니 어떤 도구,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늘푸른자원과 같은 기업이 활성화될 때 환경보전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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