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10년 동안 이직하거나 그만둔 직원,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예쁜손공예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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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10년 동안 이직하거나 그만둔 직원,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예쁜손공예협동조합
  • 2023.09.21 09: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면서 마을기업이다. 협동조합 창립을 2014년에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이전인 2006년부터 모여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막 보내기 시작한 엄마 다섯 사람이 모여 함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한 것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구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있었던 안정민 이사장의 집에 모여 바느질을 배우면서 시작한 모임이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합류하여 숙제도 하고 공작도 하고 책도 읽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시작한 손바느질 공예 

그러다가 2012년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집을 벗어나 사무실을 마련하고 ‘꿈꾸는 기린 공작소’라고 이름을 지었다. 다섯 사람이 함께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했다. 사업자등록도 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은 바느질로 만든 필통, 가방, 지갑 등이었다. 광주시에서 쇠락해가는 재래시장에서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간 후에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마침 예술가들이 상인들이 퇴근하면서 내린 셔터에 그림을 그렸다. 거기에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판 것이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하다가 한 달에 두 번, 매주 등 점점 늘려 갔다. 사업이 무엇인지? 원가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 등 전혀 모르면서 시작했다.
 

조합원들과 함께 한 우수마을기업 선정.
▲ 조합원들과 함께 한 우수마을기업 선정.

이런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 2014년 2월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조합원은 변함없이 2006년 시작할 때 같이 한 다섯 사람이었고 출자금은 10만 원씩 총 50만 원이었다. 이런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의 소식을 들은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윤난실 센터장이 조합을 방문하여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윤 센터장은 마을기업과 마을활동을 제안했다. 이후 마을플래너 교육을 수료하고 2015년에는 광주광역시로부터 예비마을기업 지정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주부들이 사업을 시작하여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마을기업 인증을 받음

조합의 사업은 세 가지다. 먼저 제품을 제조하는 분야다. 생활용품, 가방 등을 바느질과 재봉으로 만든다. 다음으로는 판매다. 판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데 오프라인은 매장과 장터, 박람회 등을 다니면서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이다. 피교육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는 교육이다. 제품 중에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부엉이 관련 상품이다. 부엉이 열쇠고리, 부엉이 메모지 홀더, 장식용 인형 등이다. 
 

제조 공장 내부 / 첫 작품이자 현재 대표 상품인 부엉이.
▲ 제조 공장 내부 / 첫 작품이자 현재 대표 상품인 부엉이.

부엉이를 택한 배경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부엉이가 부를 상징하는 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엉이를 매개로 한 상품들이 유행했었다. 다음으로 광주 무등산 국립 공원의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엉이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유명 디자이너가 부엉이를 캐릭터화한 옷 등이 크게 히트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때 부엉이 관련 소품들이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부엉이 관련 제품들이 꾸준히 판매된다.

100% 수작업으로 하다가 일부 기계 도입으로 생산성이 3배 이상 증가

이외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파우치, 핸드백, 스카프링, 키홀더 등이 제조, 판매하는 제품이다. 초기에는 세 사람이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부엉이를 하루에 30마리 이상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재봉틀, 부엉이 눈 원형 재단 기계 등을 들여와서 작업을 하니까 100마리 이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생산성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기로 보면 매년 1월부터 3월까지가 비수기다. 그래서 이때에는 제조를 중심으로 하여 재고를 많이 만들어 놓는다.
 

▲ 이음장터에 참여.
▲ 이음장터에 참여.

제품 판매과 교육에 대한 판로는 세 분야다. B2C, B2B, B2G 등이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는 오프라인 판매를 위해 초기에는 장터에 많이 갔다. 광주시 동구에 있는 대인야시장 판매를 시작으로 여러 축제와 장터에 참여하여 판매했다. 2019년 4월에는 광산구 하단 메가박스 쇼핑몰에 판매장을 오픈했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에는 매장을 현재 협동조합이 있는 제조 공장 옆으로 이전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현장 축제가 열리지 못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네이버, 쿠팡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블로그를 열심히 활용하여 블로그를 통한 전화 주문이 꽤 많은 편이다.

학교에서 체험형 교육을 통한 사업 확대

B2B를 통한 매출은 많지는 않지만 에코백, 테이블보 등을 기업들의 답례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B2G는 초기부터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산구를 비롯하여 주변의 자치단체 행사에서 기념품, 사은품 등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각급 초중고등학교와 주민자치회 등에 체험을 겸하는 교육을 한다. 현재 8개의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에도 줌 또는 학교 방송실에서 비대면 교육을 했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이 있는 건물 2층에 교육장을 정비하고 있다.
 

▲ 광주시내의 학교에서 교육.
▲ 광주시내의 학교에서 교육.

협동조합을 창립하기 전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17년 동안 조합원 다섯 사람이 이탈 없이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남편들 세 사람이 합류하여 여덟 명이 조합원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소통과 대화를 하면서 극복했다. 특히, 일을 할 때 개인의 능력, 선호하는 분야 그리고 성실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협동조합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무임승차로 인한 갈등도 있었다. 그리고 업무를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획일적인 작업 방식에서 조합원 특성에 맞는 공정별 작업으로 전환하자 갈등이 크게 감소

처음에는 일을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나누었다. 이제는 공정별로 나누어 하고 있다. 디자인과 재단, 1차 재봉과 다림질, 2차 재봉과 다림질, 그리고 마감과 포장 등 네 단계 공정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자 그 일에 대한 숙련을 높였다. 초기 사업비를 받아서 조합원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교육에 투입한 것이다. 공정별로 자기 책임 아래 일을 하므로 일의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정민 이사장이 외부 회의가 있을 때는 생산할 전체 물량에 대해 자신이 담당인 디자인과 재단을 전날 충분히 해놓는 것이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나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는 미리 책임 물량을 해놓고 개인 일을 보는 것이다.
 

▲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제품들.
▲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제품들.

공정별로 책임을 지니까 갈등이 훨씬 줄었고 무임승차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불편한 점도 있다. 그것은 신입 조합원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물량 처리 속도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조합원으로서 수습 기간을 조정하여 보완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직장에 다니다가 결혼 후에 그만두었던 사람도 있고 아예 처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양쪽 모두 일반 기업에서는 일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여기서는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모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다. 

조합원, 직원 모두 개인의 일을 배려하는 노동 시간 배정으로 만족도 매우 높음

조합원 여덞 명 중에는 전일제로 세 명이 일을 하고 시간제로 두 명이 일을 한다. 나머지 세 명은 여성 조합원들의 남편들인데 직업이 따로 있다. 그리고 세 명의 직원이 있다. 직원들에게도 근무 형태와 시간을 육아, 가정의 일을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직원들도 대부분 경력 단절 여성이다. 출산 휴가를 충분히 배려하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줄 때까지 키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치면 이곳에 와서 놀고 생활한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급여가 최저 시급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조합원도 직원도 일단 참여하면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 찾아가는 교육에서 찾아오는 교육을 위해 교육장을 정비.
▲ 찾아가는 교육에서 찾아오는 교육을 위해 교육장을 정비.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이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정민 이사장도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였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특히, 회계와 홍보 그리고 판로가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남편의 배려로 제조 공장, 매장, 교육장 등의 공간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받아 왔는데 앞으로는 비용을 책정하고자 한다. 그래야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할 수 있는 계획을 할 수가 있다. 또한 재봉틀 같은 기계들의 감가상각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회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서는 회계, 홍보, 판로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단계

다음으로는 홍보 강화다. 외부 환경이 변하고 있다. 단체장들에 따라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다르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이 많은 단체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장도 있다. 그러므로 마을을 활성화하고 취약계층에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를 단체장과 공무원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판로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에 관해 관심이 적은 단체장일 때에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재 취약한 B2B, 일반 시장을 더욱 개척해야 한다. 일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소비자들을 위한 교육과 실습.
▲ 소비자들을 위한 교육과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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