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내년이면 창단 50년이 되는 오래된 미래 (사)극단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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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내년이면 창단 50년이 되는 오래된 미래 (사)극단현장
  • 2023.10.13 12:15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3년 4월 18일 UN은 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

'사회적경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 나라마다 전통 그리고 법과 제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편 UN은 2023년 4월 18일 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가 협동조합, 공제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범위로 한다면 사회연대경제는 여기에 NGO,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을 포함하는 보다 넒은 범위를 제시한다. 이러한 범위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 벨기에의 자끄 드푸르니 교수는 2021년 편저한 저서 '사회연대경제'에서 지지하고 있다. 
 

▲ 1974년 극단현장 창단했을 때의 첫 공연. ⓒ(사)극단현장
▲ 1974년 극단현장 창단했을 때의 첫 공연. ⓒ(사)극단현장

이러한 흐름에 발을 맞춰 이번에 방문한 곳은 사단법인 극단현장이다. (사)극단현장은 1974년 창립한 연극 단체로서 2024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인구가 35만 정도로 작은 규모의 도시인 진주에서 전문 예술 단체로서 반세기를 지켜온 것은 매우 드물고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극단을 이끌어 온 사람들의 열정과 진주시민들의 호응이 잘 맞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의미 있고 깊은 역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인 (사)극단현장의 고능석 대표를 만나서 그간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고 대표는 1993년 실무자로 현장에 참여하여 지금은 대표로 30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직장인 동호회를 넘어 전문 예술인을 키우는 현장

1974년 극단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단원들 모두 직장에 다니면서 연극을 했다. 일종의 직장인 동호회 성격이었다. 하지만 1년에 3개에서 6개까지 작품을 무대에 올렸기에 거의 매일 밤 연습을 하다시피 했다. 직업 연극인 이상으로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전업 상근자 없이 극단을 이끌어가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작품 제작과 공연, 연기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하여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993년에는 큰 변화를 주어 3명이 전업으로 상근하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조직에 대한 정비가 필요했다. 고유번호증을 받아 사업을 했는데 이 또한 한계가 많았다. 내부의 논의 끝에 사단법인을 하기로 했다.
 

▲ 전문예술법인 (단체) 지정서
▲ 전문예술법인 (단체) 지정서

사단법인 극단현장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경상남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에는 지정기부금단체가 되었다. 지정기부금단체가 되면서 극단에는 회비, 후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와 넉넉하지는 않아도 큰 도움이 되었다. 연극에 전념할 수 있는 상근자, 그리고 어느 정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가 가능했다. 이제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독지가의 도움으로 사용료 없이 독자적인 연습실 겸 상설 공연장을 1993년에 만들었다. 과거 병원 영안실로 사용하던 지하 공간을 개조한 것이다.  

첫 번째 이사에서 김장하 선생의 도움을 받음

1998년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이번에는 4층이었다. 그런데 보증금과 월세가 있어야 했다. 남성당 김장하 선생을 찾아갔다. 흔쾌히 보증금 3천만 원을 빌려주셨다. 이 돈은 이후 돌려받지 않겠다고 하여 현재 사단법인 기본자산의 일부가 되었다. 이 공간에서 2006년까지 약 9년 동안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건물주가 건물을 팔았다.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시간이 없어서 약 1년 동안 독자적인 공간이 없었다. 2007년 9월이 되어서야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그 공간이 현재 (사)극단현장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다.
 

▲ 지역자산화 전과 후. ⓒ(사)극단현장
▲ 지역자산화 전과 후. ⓒ(사)극단현장

해당 건물은 과거 '동명아트홀'이라는, 1개 스크린을 걸어서 영화를 상영한 작은 영화관이었다. 그리고 그 동명아트홀은 진주 중앙시장에 있었던 동명극장 주인의 아들이 하는 곳이었다. 지금과 같이 멀티플렉스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 수십 년 동안 영화 상영을 하던 곳이었다. 3층과 4층을 터서 계단식 영화관으로 사용하던 곳이지만 연극 전용관과는 또 달랐다. 무대를 넓히고 객석을 보수하고 조명 음향 시설 등을 하면서 1억 2천만 원이라는 큰 비용이 들었다. 약 10년 동안 소극장으로 잘 사용했다. 그런데 진주시청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후 시내 활성화에 실패하고 진주시 동부 외곽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소극장이 있던 원도심 지역이 점차 쇠락 지역으로 변해, 도시 재생 지역이 되었다.

쇠락지역으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도시재생 지역이 됨

유명 메이커 매장으로 사용하다가 이사를 간 건물 1층에는 장기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질 않았다. 그러자 건물주는 건물 자체를 팔려고 매물로 내놓았다. 매물로 내놓아도 역시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행안부가 공모 시범사업으로 지역자산화를 추진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공모에 응했다. 1차 통과 되고 최종 심사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다시 도시주택보증공사(이하 HUG)에서 도시재생지역에 있는 자산을 매입할 때에 도와주는 사업을 알게 되었다. 많은 노력 끝에 공모에 참여했는데 다행히 선정되어 건물을 매입할 수 있었다.
 

▲ 도시재생사업.
▲ 도시재생사업.

선정된 후 자금을 받게 될 때까지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진주에서 부산에 있는 본사에 약 20번을 넘게 다니면서 서류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받을 수 있었다. 그 20번을 넘게 서류를 점검받는 과정이 컨설팅이자 훈련이었다. 그러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건물주인도 큰 도움을 주었다. 감정가가 19억 원인 건물을 15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는데 다시 13억 원에 살 수 있게 낮춰준 것이다. 이렇게 싸게 해 주어 당국으로부터 다운계약서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정도였다. 물론 다운계약서가 아니다. 건물주는 수십 년 동안 영화관을 운영했던 문화예술인인데 마침 극단현장이 구입하겠다고 하니 2억 원을 깎아준 것이다.

(사)극단현장의 건물 갖기에 시민들이 파란만장, 백만대군과 후원으로  참여

건물 매입비 13억 원 그리고 전체 리모델링비 4억 원 등 총 17억 원이 필요했다. 도시주택보증공사에서는 전액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자부담이 있어야 한다. 현장이 건물주에게 맡겨 놓았던 보증금 1억 원, 자체 자금 3억 4천만 원, HUG 자금 10억 6천만 원 등을 합하면 15억 원이 있었다. 2억 원이 더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파란만장과 백만대군 두 운동을 했다. 먼저 파란만장은 인생 파란만장이라는 뜻과 함께 1만 원짜리 지폐의 색깔이 파란 것에서 착안하여 1만 장 즉, 1억 원을 모으겠다는 것이었다. 이 운동으로 8천만 원을 모았다. 그리고 백만대군 운동은 1인 100만 원 이상의 돈을 무이자로 빌리는 것인데 1억 2천만 원을 모았다. 즉, 두 운동을 통해 2억 원을 모았다. 이 외의 자금 1억 원은 별도로 빌렸다. 다행히 HUG자금은 이자가 1.5 – 2.0%로 아주 저렴하다.

▲ 예술중심현장 층별 안내. ⓒ(사)극단현장
▲ 예술중심현장 층별 안내. ⓒ(사)극단현장

건물 리모델링을 마치고 2020년 '예술중심현장(Art Center Hyunjang)'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하 1층은 현장A-zit로 다목적 소극장이다. 연극만 아니라 음악, 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다. 지상 1층은 현장A-round로 카페와 전시실이다. 2층은 현장Agora 공유사무실, 공동 협업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3층은 현장Art Hall로 관객 150명 정도 들어가는 공연장이다. 이 공간들 모두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에는 무료로 대관해 주고 있다. 그리고 대관 사업으로 들어오는 비용으로 공간 전체의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과거 월세 비용으로 건물을 소유하다

이런 지역자산화 사업은 해당 사업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HUG의 자금 등에 대한 이자가 과거 공간을 임차하면서 지불한 월세 비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2년 6개월 동안 시민들에게 무이자로 빌린 돈의 절반 정도를 갚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갚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10년, 20년 후에는 시민의 자산이 될 것이다. 현재는 다시는 쫓겨날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안정적인 공간을 기반으로 연극에 전념할 수 있다. 비단 극단현장만 아니라 다른 예술 단체, 시민사회단체에도 공간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공유 공간, 공유 자산과 같이 사용하고 있다.
 

▲ 극단 이중생활. ⓒ(사)극단현장
▲ 극단 이중생활. ⓒ(사)극단현장

대표적인 예가 시민들이 만든 '극단 이중생활'과 공유다. 이중생활은 2016년 극단현장이 경남문화예술회관과 협업하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연극 교실, '내가 바로 국민배우'를 수료한 시민들이 만든 조직이다. 강좌는 극단현장이 했지만 이후 조직 활동과 운영은 스스로 하고 있다. 이는 1993년 극단현장이 상근자 중심의 전문 예술 조직으로 전환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이 연극에 참여할 기회가 줄었는데, 이에 대한 보완 또는 복원의 개념으로 시도한 사업이다. 2023년 현재 직장인 41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 2층에 있는 공동협업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해 있다.)

시민이 참여하여 만들고 시민이 함께 소유한 진주의 자산

(사)극단현장은 2023년 현재 사단법인 회원 40명, 상근단원 15명 그리고 후원회원 약 38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주사업은 자체 공연 제작과 초청공연, 예술 교육, 축제 기획, 정부와 자치단체 공모 사업 등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 문화단체가 그렇듯이 경제적으로 궁핍함을 각오하는 삶이다. 극단현장은 지역자산화 사업을 통해 공간을 확보했지만, 아직 자기 공간 없이 전전하는 단체들이 많다. 나아가 인구 50만 이하의 도시에는 전문 예술 단체 자체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 공연 예정인 '섬'(원장 아일랜드) 포스터. 
▲ 공연 예정인 '섬'(원장 아일랜드) 포스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능석 대표는 러시아의 사례를 든다. 러시아에는 국립극단이 300개 정도 있는데 정부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극단 중에서 실력 있는 단체들을 지정하는 방식이고 그렇게 지정한 국립극단에는 예산의 50%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많은 방식의 극단들이 존재하는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극단, 예술인들이 서울, 중앙의 국립극단, 광역에 있는 도립극단에 갈 필요 없이 지역에 머물 수 있고 지역민과 호흡하며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연대경제 건물 자산도 20-30년 모기지론을 할 수 있어야

한편 지역자산화를 통해 지원받은 HUG 자금은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이상 빌려주면서 갚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가정집 모기지론을 하면 보통 20년 이상이며 길게는 40년 동안 갚게 한다. 지역자산화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상환 기간을 주어야 한다. 특히, 비영리 단체들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적협동조합의 비분할 자산과 사단법인, 재단법인의 기본 자산은 사업을 청산할 때, 사사로이 나눠줄 수 없고 같은 목적을 하는 비영리 단체가 계승하거나 자치단체나 국가가 최종 소유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사회적경제, 사회연대 경제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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