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시각장애인들이 자립하여, 창립 10년 맞이한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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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시각장애인들이 자립하여, 창립 10년 맞이한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국내 안마 브랜드 1위 기업을 꿈꾸다
  • 2023.12.09 16:3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시각장애인들에게 생계를 위한 중요한 직업 안마사
 
눈은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의사이자 병리학자인 로버트 뮈르(Robert Muir)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인간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것을 인지하는 감각 중에 눈이 약 83%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각장애인은 일상생활이 힘들 뿐만 아니라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 가운데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일이 안마사다. 그런데 이 안마사가 종종 퇴폐 영업과 연결되어 안마사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더구나 안마사 자격이 없는 수십만 명의 내외국인들도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저가 공세 또는 부도덕한 행위를 하여 정직하고 도덕적인 안마사들은 경제적으로도 이미지로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참손길지압힐링센터
▲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참손길지압힐링센터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현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이하 '조합')은 이런 생계유지와 직업 이미지 극복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시작한 시각장애인 협동조합이다. 초대 이사장이자 2022년 총회에서 다시 이사장으로 추대된 정경연 씨는 사고로 인해 한쪽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으로 창립부터 조합을 이끌었다. 어느덧 2023년 11월 14일에는 조합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정 이사장으로부터 시각장애인이 된 배경 그리고 이후 시각장애인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게 된 과정에 대해 듣고 정리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정경연 이사장

정 이사장은 70년대 대학에 갔다가 박정희의 긴급조치 9호로 감옥에 다녀왔다. 이후 1980년 '서울의 봄'을 겪고 인천, 영등포, 구로 지역에서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을 했다. 1987년 민주화 그리고 이듬해인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을 보고 지국을 운영하면서 노동운동을 하는 대상지를 공장에서 지역으로 옮겼다. 그러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하고 5급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이후 한겨레신문 지국을 몇 년 더 운영하다가 인사동에서 자영업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사정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노사정위원회의 임기를 마친 후, 지인의 소개로 2009년 국립 서울맹학교 2학년에 편입하여 2년 동안 직업훈련으로 안마사 교육을 받았다. 교통사고 후에 한쪽 눈만 실명한 것이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았는데 침과 뜸 그리고 안마를 받으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이를 배워서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입학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현재 공식적인 침사, 구사(뜸을 하는 사람)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한의사들만 침과 뜸을 할 수 있게 인정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3호침(침의 지름이 0.25~0.20 이하) 이하를 놓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안마사가 되기 위해 해부, 병리, 한방 등 2천5백 시간을 교육받는 시각장애인들

국립 서울맹학교 재활과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안마사 교육을 위해 해부, 생리, 한방, 골격, 근육, 임상, 경혈 등 10과목을 포함하여 약 2,500시간 동안 가르친다. 그리고 정규 수업 시간 외에 방과 후에 자체 스터디를 하고 때로는 야간 특강을 듣기도 한다. 이는 서울맹학교가 국립이며, 기숙사 학교이기 때문에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안마사를 공식적으로 배출하는 기관은 국립 서울맹학교 외에 시도에 있는 공립 맹학교들이 있고 일부 사립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교육 기관이 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은 안마사는 전국에 약 1만 5천 명이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현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국립서울맹학교.
▲ 국립서울맹학교.

이사장이 서울맹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같이 공부한 교우들과 이후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안마사가 갈 수 있는 곳은 안마원과 안마시술소 두 곳이 다였다. 그런데 안마시술소는 시민들의 인식이 너무 안 좋았고 안마원은 규모가 너무 적어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안마시술소는 1980년대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를 벌기 위해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이 이용하게 했는데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어쩌다 매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 그리고 안마원은 초기에 30평 이하의 규모만 할 수 있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며 규모 있게 운영할 수가 없었다. 이런 문제들을 겪으면서 안마시술소는 서울에 한때 200곳이 넘었으나 지금은 40개 정도로 줄었고 안마원은 100평 규모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서울맹학교 출신 교우들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하기로 함

이런 논의 속에 사회적기업을 알게 되어 사회적기업을 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법인으로 마을기업을 하면 1억 원을 5년 동안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5천만 원을 사업비로 지원한다는 공고가 났다. 이제 막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2013년 1월의 공고였다. 이에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위한 기본 교육을 몇 달 동안 받고 2013년 5월 '맑은손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마을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6월 22일에는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창립총회를 했다. 조합원 10명이 1인당 출자금 4백만 원, 총 4천만 원의 출자금이었다. 안마원을 시작하기에 4천만 원으로는 부족했으나 마을기업 인증을 통해 받은 보증금과 사업비를 가지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3년 12월 16일 오픈했다. 점포의 브랜드는 '참손길지압힐링센터'로 했다.
 

▲ 참손길지압힐링센터 첫날 매출 장부.
▲ 참손길지압힐링센터 첫날 매출 장부.

물론 점포를 얻는 데에도 쉽지 않았다. 안마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크게 작용했다. 3층에 겨우 점포를 얻어서 시작했는데 첫날 매출이 137,000원이었다. 20분에 19,000원, 40분에 29,000원, 70분에 49,000원을 했는데 20분 안마 손님 1명, 70분 2명, 부분 관리 1명 등 총 4명이었다. 기대 이하였다. 이후에도 매출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서울대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인액터스의 도움은 천군만마의 힘이 되었다. 사업을 처음 하는 조합에 회계부터 사업 전략 등의 경영 전반을 자문했는데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사업 초기에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마케팅은 조합의 경영 정상화에 결정적이었다. 이런 도움의 효과로 2014년 8월에 월 매출 3천만 원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많은 안마사가 조합에 들어오고 싶어 하였다. 

1호 사당점의 안정 이후 점포 확대냐 사당점 성장이냐로 토론

참손길지압힐링센터 1호점인 사당점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서 2015년에 2호점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2호점에 대한 논의에서 조합원들의 입장이 갈라졌다. 2호점을 내서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조합원으로 더 받자는 주장과 2호점을 내지 말고 사당점에 더 주력하여 현재 조합원들의 수입을 늘리고 안정적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이었다. 어렵게 설득하여 선릉에 2호점을 냈다. 대신 조건은 독립채산제였다. 선릉점이 어려워지면 그 리스크를 사당 본점이 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협동의 정신에는 조금 어긋난다는 생각이었지만 수용하고 선릉점을 냈다. 마침 SK에서 1억 원의 보증금과 2천만 원의 사업비 지원이 있었다. 선릉점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출자금도 1천만 원으로 높였다. 
 

▲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2023년 총회.
▲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2023년 총회.

선릉점을 개업하여 첫 달에는 안마 가격을 25,000원으로 세일(Sale)을 하자 고객이 몰려들었으나, 방심하고 한 달 만에 35,000원으로 올리자 고객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그러자 선릉점 조합원들 중에 일부가 탈퇴했다. 선릉점이 매출을 회복하는데 약 2년 정도 걸렸다. 그런 와중에 조합들 간의 갈등까지 증폭되어 정경연 이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이사장 사임을 했다. 그리고 이청연 조합원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이 일을 겪으면서 협동조합을 함에 있어서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조합원들이 함께 동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사업적 성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한편 이청연 이사장이 5년 동안 역할을 한 후 그만두게 되었다. 

이사장 지도력의 변화 속에서 점포가 12호까지 확장 

그리고 정경연 이사장이 다시 추대되어 10주년을 맞았다. 이런 조직 내의 변화 중에도 사업은 잘 진행되었다. 조직의 이름도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에서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으로 변경했다. 안마 점포의 명칭과 일치하도록 한 것이다. 지점은 12호점까지 늘었다. 이 중에 본사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영이 3개이고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점포가 9개다. 그러다 보니 처음 출발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사업자 조합원들이 늘어서 두 종류의 조합원이 공존하는 다중이해관계자가 되어 있는 형태다. 점포들 가운데 수원역점은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 참손길지압힐링센터 수원역점.
▲ 참손길지압힐링센터 수원역점.

조직의 성장과 함께 지역사회 봉사, 연대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마을기업을 인증받을 때부터 지역에 봉사활동을 중요한 목표로 했다. 특히, 몸이 안마를 받아야 할 상태인데 돈이 없어서 받지 못하는 지역민들에게 찾아가는 안마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어르신 돌봄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사회적기업 원케어휴와 함께 동작구 어르신들을 위한 안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안마수련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도 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네트워크의 소개로 광진구에 있는 사회보장정보원 직원들에게 안마를 제공했다. 참손실공동체협동조합 조합원 25명이 가서 1인당 10명씩 총 250명의 사회보장정보원 직원들에게 1명에 30분씩 안마를 일반 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한 것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연대하는 협동조합

2022년 하반기에는 2023년 1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조합원, 직원 합동 워크숍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조직의 미션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참손길', 비전은 '국내 안마 업계 브랜드 1위 기업'과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합 안마센터 설립'으로 정했다. 2023년 상반기부터 전 조합원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달 11월 14일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은 10주년을 맞이했다. 조합에서는 10주년이라고 해서 크게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직원들이 크게 하자고 하여 준비를 했고 조합원, 참석자, 직원 모두 만족한 행사를 할 수 있었다.
 

▲ 10주년 행사.
▲ 10주년 행사.

이제 조합원 42명, 직원 11명, 점포 12개로 성장한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이 비전으로 세운 국내 안마 업계 브랜드 1위 기업과 복합 안마센터 설립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와 조합 내부의 성숙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제도적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 당국의 안마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일본, 유럽과 같이 안마를 국민보건 차원에서 힐링하는 산업으로 높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의 최저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의 복지 정책에 묶여 있다. 다음으로 학제 개편을 통해 시각장애인 안마 교육을 맹학교의 고등학교 과정이 아닌 전문 직업훈련 과정으로 전환하여 대학에서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안마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그에 대한 대가를 더 지불하게 된다. 스포츠 마사지를 대학에서 스포츠의학과 스포츠재활과로 하거나 피부 미용을 대학에서 교육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들이 좋은 사례다. 그리고 조합 내부에서는 조합원들 각자가 협동조합에 맞는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자본기업과 달리 조합원 모두가 기업의 주인으로서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부족한 조합원은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이 요구된다.

안마를 시각장애인 생계형 복지 지원에서 산업으로 전환할 때 

다음으로는 안마사 인력을 늘려서 공급할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에 3.4%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지 않으면 부과금을 부과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헬스키퍼로 대체하도록 하자 안마사들은 현장에서 안마업을 하지 않고 헬스키퍼로 가서 안마사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리고 안마사 양성기관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복지 정책으로 급여가 월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수준에 머무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장애인도 열심히 일을 하면 월 5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헬스키퍼보다는 안마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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